굶겨도 팔려도 죽여도…‘아무도 모른다’
드림랜드는 지난해 10월 28일 폐장됐다. 그러나 그해 말 동물자유연대는 드림랜드 동물들이 무허가 시설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환경청 신고 내역에 따르면 107마리 중 90마리는 용인의 한 농장으로 옮겨졌다. 우선 사자 한 마리는 부산의 한 동물원으로 옮겨 갔다. 그리고 긴꼬리꿩, 원앙, 수리부엉이, 광금계 등 16마리는 한 음식점으로 양도됐다. 사용 용도는 전시와 관람이었다.
원주 드림랜드 폐장 후 멸종위기종 4종류 15마리가 용인의 한 농장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농장엔 일본원숭이(왼쪽)와 반달곰만 남아있고 불곰과 공작은 행방을 찾을 수가 없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농장주 김 아무개 씨를 경찰 고발했다. 우선 김 씨가 관할 환경청에 양수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양도자와 양수자 모두 양도 한 달 이전에 관할 환경청에 신고를 해야한다. 드림랜드는 원주지방환경청에 양도 신고를 했으나 농장은 양수 신고를 하지 않고 동물을 받았다는 것이 동물자유연대의 주장이다. 또한 멸종위기종은 일정 사육 시설을 갖춘 곳에서만 보유할 수 있는데 동물자유연대는 농장이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농장은 지난해 7월 환경청에 사육 시설 등록을 신청했고 동물은 10월에 양도 받았다. 그러나 농장은 환경청에 등록 신청만 했을 뿐 현재까지 시설 허가를 받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동물자유연대는 불곰 2마리의 행방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실제 불곰은 드림랜드에서도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물자유연대 측 관계자는 “김 씨가 웅담을 채취하는 곰사육자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아무리 건강이 나빴어도 가자마자 죽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양도·폐사 등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다. 환경청도 양수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농장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경찰 역시 행방불명된 불곰 2마리의 사망원인을 규명하지 못했고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사육시설 미등록 건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환경청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 및 매매에 제한을 두고 있다. 멸종위기종은 1급, 2급, 3급으로 나뉘는데 이중 1급에 해당하는 종은 환경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사육이 가능하다. 또한 포유류와 조류(앵무류 제외)는 2급이나 3급이더라도 허가를 받아야한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정한 호랑이, 고릴라 등 90여종을 허가 없이 사육하거나 유통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90여 종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불곰과 반달곰도 포함돼있다.
환경청 관계자는 “아직 사육 허가가 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기간 내에 신청을 했으니 신청 의무 미이행으로 걸긴 어렵다”며 “현재도 검토 중에 있으며 검토 결과를 참고해 농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육 허가 기준은 무엇일까. 환경청은 각 동물별로 사육면적 기준을 지정해 허가를 내린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 측은 이 면적이 야생동물 활동반경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야생호랑이의 행동반경은 20~100㎢인데 반해 환경청이 지정한 호랑이 1마리당 사육 면적은 14㎡에 불과하다.
창원 ‘줄루랄라’ 인천 ‘허미와 동물들’ 폐장 후 발견된 동물 사체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자체동물원(2011~2015) 잉여동물 판매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전국 동물원에서 922마리의 동물들이 개인이나 법인에 판매됐다. 이 동물들 가운데에는 원숭이, 대륙사슴, 산양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그러나 경찰에 불법매매로 적발된 건수는 한 건도 없다고 보고됐다.
환경청은 지난해 8월부터 3달간 멸종위기종 보유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멸종위기종 보유를 자진신고하면 징역이나 벌금 등을 면제해줬다. 다만 개인의 사육이 불가한 멸종위기종 1급과 포유류 등은 정부가 몰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불만을 보였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그 동물을 돌볼 공간조차 마련하지 않고 법부터 시행했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한 시설이 없으니까 오히려 환경부가 우리한테 문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환경청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시설이 한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 등으로 보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한강유역환경청 같은 경우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모두 담당하다보니 서류도 많이 들어오고 직원도 부족해 늦어지는 경향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동물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9월 장하나 의원을 포함한 22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동물원법이 발의됐다. 당시 장 의원이 발의한 동물원법은 ▲환경부 장관 소속으로 동물원 관리위원회를 두고 동물원 설립 허가 심사·의결 ▲관람을 목적으로 한 인위적인 동물 훈련 금지 ▲매년 상·하반기 각각 1회씩 동물의 개체 수, 폐사, 질병의 발생에 관한 동물원장의 현황 보고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일 뿐 아무런 진전이 없다.
동물원법이 없어 전국에 몇 개의 동물원이 있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 동물원 설립 기준도 정해진 게 없다. 누구나 법인을 등록하면 동물원을 만들 수 있다. 법인은 주로 종합유원시설, 문화·집회시설, 수목원 등으로 등록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심지어 미등록 상태로 운영 중인 동물원도 수십 곳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신고 의무가 없는 동물들은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