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원료야적장 모습. 분광석, 분탄 등이 밀폐되지 않고 그대로 야적돼 있다.
[일요신문]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에 1조원을 들여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지난해 발표했지만 주민건강과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인해 초기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상공계 등은 고용창출 등을 이유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포항시민들은 건강권을 요구하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비산·미세먼지 발생 우려로 인한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논란으로 불거진 비산·미세먼지 발생문제와 이로인한 시민건강, 지구온난화 등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다루고 해결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포스코는 2021년까지 1조원을 들여 포항제철소의 기존 발전설비를 교체할 계획이다. 기존 설비가 노후돼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발전용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타 지자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등 자연환경 파괴 및 비산먼지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상 석탄, 분광석 등 분체상 물질(분탄, 분광석, 분체상 부원료 등)을 이송하는 야외 이송시설(벨트 컨베어)은 밀폐하도록 돼 있다.
즉 야외 이송시설은 밀폐화해 이송 중 먼지의 흩날림이 없도록 하며 낙하, 출입구 및 국소배기부위에 적합한 집진시설을 하고 포집된 먼지는 흩날리지 아니하도록 제거하는 등 적절하게 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포항제철소는 수십년간 이같은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산먼지와 미세먼지 발생 등으로 포항시민의 건강을 위협해 왔다.
이로인해 지난 2008년과 2009년에는 인근 해도동 주민 등의 민원발생으로 인해 포항시로부터 두 차례의 개선명령을 받고서야 야외 이송시설에 덮개 설비를 보완했다.
현대제철의 돔식 원료저장설비 모습. 밀폐된 공간내에 원료를 저장하고 이송해 비산먼지 발생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경우 야외 이송시설은 물론, 분체상 원료를 거대한 돔(DOME)에 밀폐 저장해 비산먼지 발생이 사실상 없어 크게 대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포항제철소는 아직도 부두에서 밀폐되지 않은 하역기로 원료를 하역하고 밀폐되지 않은 원료야드에 야적하고 있다.
이후 야드에서 원료를 혼합 및 조절(Blending)하는 과정을 거쳐 야드반출 벨트 콘베어를 이용해 각 공정(고로, 소결, 코크스 공장)으로 이송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분체상 물질 야적기준 및 야외 이송설비 밀폐기준을 위반하며 오랜 동안 다량의 비산먼지를 발생시켜 대기를 오염시켜 왔다.
더구나 포항제철소가 포항시로부터 개선명령을 받고서 제출한 개선계획서는 그 내용은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포스코는 포항시에 벨트 턴오버(Belt Turn Over) 장치를 개선계획서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BTO장치는 낙광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벨트의 아랫부분을 8자로 꼬아서 뒤집는 장치로 이 장치는 벨트의 손상이 심해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장치로 알려졌다.
또 표면경화제를 사용해 비산먼지를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면경화제란 야적된 분광석 표면에 점액질을 살포해 표면을 굳게하는 방식으로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한다. 하지만 원료를 소결이나 고로에 투입하기 전 계속적으로 혼합해야 하기 때문에 표면경화제는 비산먼지 억제에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관련법의 미흡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법이 비산먼지를 억제해야 한다는 막연한 내용만 있을 뿐, 정확한 정량적 기준이 없어 행정기관도, 업체도 어느 수준까지 관리를 해야 할 지 몰라 애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처벌조항이 없어 관련기관은 업체에 문제가 있어도 개선명령 등 행정적 조치 이외에는 벌금이나 조업정지 등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어서 관련법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지역 환경단체들은 “포스코는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미세먼지 발생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국가산업이라는 미명하에 주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병섭 김재원 기자 ilyod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