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 성화 점화 장면. | ||
1. 동료인지 원수인지
올 여름 중국 충칭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에게 3-4 충격의 패배를 안겨준 이란팀은 대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실력 때문이 아니라 선수들의 거친 매너와 툭하면 터져 나오는 악의적인 반칙 때문인데 급기야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7월24일 오만과의 D조 예선 2차전 도중 그라운드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것. 오만 선수와 이란 선수간 싸움이 아니라 이란 선수들끼리의 싸움이었다. 신참 수비수 바다비(22)가 자꾸 실수를 연발하자 고참 수비수 라만(29)이 심한 욕설을 한 것. 이에 불끈한 바다비가 ‘감히’ 대선배인 라만에게 손찌검을 했고, 결국 브란코 이란 감독은 바다비를 다른 선수로 교체해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했다.
2. 켜진 성화도 다시 보자
올림픽 정신을 찬란하게 밝혀주는 주경기장의 성화. 그러나 아테네올림픽 성화가 대회도중 20분이나 꺼져버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개막식 이튿날인 8월15일 새벽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성화가 무슨 까닭인지 갑자기 꺼져버린 뒤 20분 동안이나 켜지지 않은 것. 아테네올림픽조직위측은 이 황당 스토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봐 쉬쉬했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호주 <헤럴드 선> 기자가 때마침 이 장면을 목격, 전 세계에 특종보도하면서 조직위 관계자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 뉴욕의 셰이스타디움. | ||
미국 프로야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만큼 앙숙 관계인 팀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뉴욕 메츠다. 애틀랜타와 메츠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나란히 속해 해마다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다. 따라서 양쪽 팬들은 서로 상대방을 ‘원수’ 취급한다. 자, 올시즌 이런 양팀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애틀란타의 강타자 치퍼 존스다. 바로 새로 태어난 아들 이름을 ‘셰이’로 지은 것. 셰이는 다름아닌 메츠구단의 홈구장 이름(셰이스타디움)이다. 존스로서는 메츠팬들이 자기를 아무리 비난해도 ‘셰이’에서 펄펄 날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4. 엿 먹어 아니 젖 먹어
아이스하키가 최고 인기 종목 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한 여성팬이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최근 자신의 아들이 참가한 11세 아동들의 하키경기를 관전하던 이 여성은 상대팀의 응원에 자기 아들이 속한 팀 선수들이 위축되자 응원석 분위기를 한방에 역전시킬 방법을 궁리했다. 다음 순간 이 여성이 취한 행동은 다름 아닌 가슴 세례. 상대팀 응원석을 향해 블라우스를 들어 올리고 양쪽 가슴을 마구 흔들며 조롱을 퍼부은 것. 결국 이 여성은 12월9일 열린 하키 청문회에서 ‘향후 1년간 경기관람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5. 밤 11시에 “경기 시작”
연장제한이 없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저녁에 시작한 경기가 가끔씩 자정 넘어까지 진행되곤 한다. 그러나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예 경기 자체가 밤 11시부터 시작된 황당한 일이 있었다. 지난 6월29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
원래 저녁 7시 35분부터 열릴 경기였으나 폭우가 쏟아지며 시간이 조금씩 뒤로 늦춰지기 시작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일기예보 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그때마다 “조금 있으면 비가 그칠 것”이라는 답변이 되돌아와 쉽사리 경기를 취소할 수도 없었던 것. 결국 경기가 시작된 것은 예정시간보다 무려 3시간 20분이나 지난 밤 10시55분. 경기 종료 시간은 1시25분. 선수들은 모두들 쌌던 짐을 다시 푸느라고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선수들보다 더 열을 받은 건 비를 맞으며 한두 시간 동안 관중석을 지키다 결국 발길을 돌린 관중들. 그들은 설마 경기가 밤 10시55분에 시작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6. 캐치 미 이프 유 캔
아마 세계 스포츠사상 가장 큰 사기극으로 기록될 사건일 듯싶다. 바로 9월 중순 있었던 스리랑카 ‘국가대표’ 핸드볼팀 증발사건. 스리랑카 남자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단 23명이 독일에 입국한 것은 지난 9월10일. 이후 독일 현지의 몇몇 클럽팀과 몇 차례 경기를 치렀으나 전패. 그때만 해도 여독이 안 풀렸기 때문에 실력발휘를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4일 뒤 이들은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독일핸드볼협회는 스리랑카 선수들이 혹시 조깅을 하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닐지 경찰에 수색을 요청했다. 그러나 웬걸.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유럽 불법체류를 겨냥한 가짜 선수들이었다. 스리랑카에서는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독일 핸드볼 관계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스리랑카 ‘대표선수’들이 비록 실력은 기대만큼 못했지만 몇 경기 동안 국가대표다운 엄청난 팀워크를 보여줬기 때문. 결국 이들은 정말 뛰어난 ‘팀워크’를 발휘하며 일사불란하게 유럽 각지로 숨어들어갔다.
▲ 관중이 던진 컵. | ||
미국 스포츠 사상 최악의 소동을 불러일으킨 컵 한 개가 경매에서 무려 1억달러를 호가하는 일이 발생했다. 11월20일 벌어진 NBA 인디애나-디트로이트전에서 등장한 문제의 컵이다. 이날 경기도중 인디애나의 론 아테스트는 관중석에서 날아온 이 컵을 등에 맞은 뒤 이성을 완전히 상실, 디트로이트 응원석으로 뛰어 들어가 전대미문의 ‘경기중 관중 폭행사건’을 일으켰다. 바로 이 컵이 며칠 뒤 인터넷 경매 사이트 e베이에 올라왔는데 수시간 만에 1억달러까지 치솟았다. 결국 과열을 우려한 e베이측이 경매를 중단시켰지만 역사상 가장 비싼 컵으로 기록될 만하다.
8. 라커룸 누드중계 ‘화끈’
미국 ABC TV가 스포츠 중계도중 ‘깜짝쇼’를 벌이다 시청자들의 호된 비난을 받고 ‘깜짝’ 놀라버렸다. 11월15일 밤에 열린 미식프로축구 필라델피아-댈러스전. 이 경기를 생중계하던 ABC 방송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욕심에 깜짝쇼를 준비했다. 경기 시작 직전 필라델피아 선수들의 라커룸으로 타월 한 장만으로 몸을 가린 여성 연예인이 돌진해 들어간 것. 이 연예인은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는 척하며 갑자기 타월을 땅에 떨어뜨렸고 이 장면은 그대로 안방에 생중계됐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로부터 밤새 항의에 시달린 ABC방송은 다음날 아침 사과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9. 모자 좀 빨아서 쓰지
야구 모자가 더럽다는 이유로 경기에서 퇴장당한 황당한 일도 있었다. 8월21일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피츠버그전. 세인트루이스의 중간계투 훌리안 타바레스가 7회 등판했다가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았다. 타바레스의 너무나 지저분한 모자가 문제였다. 피츠버그 감독은 심판에게 “타바레스가 모자 챙에 송진액을 묻혀 나온 것 같다”며 항의했고, 주심은 이를 받아들여 퇴장을 명령한 것. 모자 챙에 송진액을 바른 뒤 이를 투구할 때 손가락에 살짝 바르면 변화구 각도가 훨씬 예리해진다는 지적이었다. 타바레스는 “송진액을 바른 게 아니라 빨지 않아 때가 낀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별무 소용이었다.
10. 페널티킥 넘 어려워
흔히 페널티킥 성공률을 80%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학적인 확률일 뿐, 지난 8월 아테네올림픽 축구 조별리그에서는 페널티킥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있었다. 튀니지 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 후반 38분 페널티킥을 얻은 튀니지의 스트라이커 예디디. 그러나 예디디는 무려 6번이나 페널티킥을 다시 차야 했다. 1~3번째 킥은 튀니지 선수들이 골대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는 이유로, 4~5번째 킥은 반대로 수비수들이 너무 골대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예디디는 6번째 킥을 한 끝에 득점에 성공했지만 주심의 ‘면도날 판정’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야 했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