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 | ||
<일요신문>에서는 송년특집으로 언론사 스포츠 기자를 대상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다양한 뉴스와 뉴스메이커들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번 설문에는 KBS, MBC, SBS, YTN 등 방송 4사를 비롯해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 등 4개 스포츠신문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문화일보, 연합뉴스 등 7개 일간지 총 50명의 스포츠 담당 기자들이 자신의 담당 종목이 아닌 전 종목을 대상으로 답했다. 지난 1년 동안 어떤 선수들과 감독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강렬한 눈빛의 탁구 신동, 유승민(삼성생명)의 카리스마가 2004년을 흔들었다. 2004년 스포츠계 최고의 인물로 아테네올림픽 탁구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승민이 40%(20명)의 압도적인 우위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부문에서는 2, 3위까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이 차지했다는 것. 아테네올림픽 양궁 2관왕에 빛나는 박성현(전북도청)이 18%(9명)로 2위를 차지했고,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이 12%(6명)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투수상을 받은 배영수(삼성)와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랐다.
감독에서 사장으로 전격 발탁된 김응용 전 삼성 감독이 10%(5명)로 그 뒤를 이어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심정수(삼성), 박지은(프로골퍼), 문대성(삼성에스원), 서울대 야구부가 각각 1표씩 얻었다.
아마도 서울대 야구부는 지난 9월 1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B조 예선에서 1977년 창단 이후 1무1백99패 끝에 감격의 첫 승을 신고한 것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 김병현 | ||
공동 3위에는 축구국가대표 사령탑에서 중도하차한 쿠엘류 전 감독, 일본 이종격투기 K-1 진출을 선언한 최홍만, 일본 진출 이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이승엽(지바 롯데) 등이 8%(4명)로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한때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운용 IOC 부위원장, 잦은 구설수에 오른 프로축구 전남 프런트, 매끄럽지 못한 구단운영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아온 프로야구 유성민 LG 단장, 폭행시비에 연루된 정수근(롯데), 선수구타 파문을 일으킨 여자쇼트트랙 김소희 코치 등이 거론됐다.
2005년을 빛낼 스포츠계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 아무래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다양한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1∼3위에 오른 인물 외에는 대부분 1∼2표의 소수표에 그치는 양극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구대성이 24%(12명)로 20%(10명)에 그친 최희섭(LA 다저스)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며 1위를 차지했고 3위에는 차세대 한국축구의 기대주 박주영(고려대)이 14%(7명)를 기록했다.
4위를 차지한 선동열(삼성) 신임 감독은 12%(6명)로 선수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최경주, 박지은, 박세리 등 프로골프선수들과 여자축구선수인 박은선(위례정보산업고) 등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 김재박 감독 | ||
그 뒤를 이어 아테네올림픽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안겨준 여자핸드볼 임영철 감독(효명종합건설)이 12%(6명)로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며, 신임 감독으로서 팀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은 프로야구 김경문 감독(두산)이 8%(4명)를 차지했다.
올해 가장 불운한 지도자에는 공교롭게도 1∼4위까지 모두 프로축구 감독들의 이름이 올라 프로야구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런트와 갈등설로 중도하차하게 된 이장수 전 전남 감독이 34%(17명)로 불운한 지도자로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고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쿠엘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0명)로 뒤를 이었다.
또한 K-리그 정상의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은 최순호 전 포항 감독은 14%(7명)를 차지했으며 지난 12월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0-5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 퇴진한 차경복 전 성남 감독이 8%(4명)를 기록했다. 두 감독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자진 사퇴한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억울하게 금메달을 뺏긴 체조국가대표 양태영(포스코건설)이 34%(17명)라는 동정표 속에서 가장 불운한 선수로 뽑혔다. 10%(5명)로 공동 2위를 차지한 박정태, 박세리, 이승엽 등은 올해 가장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것이 특징.
세계 정상의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독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배드민턴국가대표 나경민(대교)이 8%(4명)로 뒤를 이었고 김남일(전남), 정수근(롯데),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의 이름도 거론됐다. 프로야구 ‘병풍’ 선수들 가운데는 구속 수감된 투수 유동훈(기아)의 이름이 보였다.
돈을 가장 많이 벌었을 것 같은 선수라는 질문에는 다른 문항과는 달리 가장 후보군이 적게 나온 것이 이채로웠다. 즉, 돈 잘 버는 선수는 따로 있다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연봉 자료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 이 질문에는 성적 부진과는 상관없이 박찬호가 50%(25명)라는 압도적인 우위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FA 대박을 터트린 심정수가 24%(12명)로 그 뒤를 따랐고 최경주가 10%(5명), 박세리와 박지은이 나란히 6%(3명)로 골프 선수로서의 체면을 세웠다.
쇼맨십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꼽는 질문에는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선수들의 혼전이 이어졌다. 유력한 1위 후보로 거론되던 정수근(롯데)이 20%(10명)로 예상대로 1위에 올랐지만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홍성흔(두산) 역시 같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단독 1위를 허락하지 않았다.
테크노 골리앗으로 불리는 최홍만이 모래판에서 보여준 현란한 춤솜씨로 16%(8명)를 기록했고 이천수(누만시아) 역시 평소 보여준 당돌한 언행으로 같은 득표를 기록했다. 이 외에 양준혁(삼성), 이상민(전주 KCC), 서재응(뉴욕 메츠) 등이 군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장 밖에서 매너가 좋은 선수를 묻는 질문에는 사실 순위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20여 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추천될 정도였는데 선수들의 표 차이도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 이승엽이 16%(8명)으로 가장 많은 기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송진우(한화)가 12%(6명) 신태용(성남)이 8%(4명)의 순서였다.
축구선수로는 지금은 선수는 아니지만 홍명보, 황선홍을 비롯해 안정환 등이 이름을 올렸고 야구선수에는 홍성흔(두산), 김광삼(LG) 최희섭(LA 다저스), 박정태(롯데) 그리고 농구선수로 신기성 김주성(이상 원주 TG삼보) 추승균 이상민(이상 전주 KCC) 등이 한결 같은 선수로 평가됐다.
기자나 정치를 잘 할 것 같은 선수를 묻는 질문에도 많은 선수들이 거론되며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질문과 달리 워낙 주관적인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문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 선수가 많은 표를 얻기는 애시당초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정수근(롯데)이 쇼맨십에서 1위를 차지한 여파를 몰아 12%(6명)로 기자를 해도 잘 할 것 같은 선수 1위로 선정됐다. 마해영(기아), 홍성흔(두산), 이영표 송종국(이상 에인트호벤), 이천수(누만시아)는 8%(4명)로 공동 2위 전선을 형성했으며 김기태(SK), 안시현(코오롱) 등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의 선수들이 그 뒤를 이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