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을 만난 곳은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베이커리 점이었다. 일반 빵집과는 달리 와인과 차를 겸할 수 있는 카페나 다름없었다. 종업원이 서비스라며 까만색의 빵을 내오자 이장수 감독 왈, “속이 까만데 빵까지 시커먼 빵을 주네.” 어색했던 분위기가 일시에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의 ‘애드리브’는 계속 됐다. 간이 좋지 않아 술을 멀리한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술 때문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간땡이’가 부은 탓”이라고 말을 하는가 하면, 사진기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곤 “앞머리가 벗겨졌네. 포토샵으로 꺼멓게 메워주세요”라고 농을 친다. 압권은 흰머리 타령. 염색을 안했는데도 흰 머리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작정하고 띄워주려 하자, “잔머리 쓰는 사람이 흰머리가 생기지. 나처럼 큰머리 쓰는 사람은 머리가 벗겨진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
웃음으로 서먹한 분위기를 풀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이 감독의 얼굴이 갑자기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어떤 남자가 걸어와선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며 “감독님 팬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개그맨 서경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감독과 만난 베이커리 카페가 서경석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였던 것. 예의를 갖춰 인사를 전하는 서경석과 “어디서 많이 뵙던 분이네요”라며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잡는 이 감독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기만 하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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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