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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리앗 주먹맛 보여주마 지난 12월16일 기자회견장에서 포즈를 취한 최홍만.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돈 앞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고 있다. 이제 문제는 이들의 ‘업종변경’에 대한 찬반논란이 아닌 이 선수들이 과연 얼마나 이종격투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평생 몸에 익혀온 종목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꼴이 돼버린 한국 격투기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팬들이 많다. 그 가능성을 알아본다.
이종격투기를 표방하는 K-1답게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의 전직도 다양하다. 최홍만과 곧잘 비교되는 아케보노는 스모 출신이고, 밥 샙은 미식축구 출신이다. 프랑소와 보타는 전 IBF챔피언을 지낸 정통 복서이며, 현 챔피언 레미 본야스키는 은행원과 모델을 지냈다. 여기에 몽골씨름과 태국 무에타이, 일본 가라테, 킥복싱, 세계 팔씨름대회 선수권자, 일본 오토바이 폭주족 대장 등 각종 ‘종목’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한마디로 ‘몸 부딪혀 싸우는 종목’ 선수들은 웬만하면 다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최홍만은 최근 K-1이 건져 올린 최고의 스타상품이다.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나이(최홍만은 1980년생)도 적고, 체격(218cm, 160kg)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경기 후 모래판 위에서 테크노 춤을 보여줬던 최홍만의 ‘쇼맨십’은 K-1측이 보기에 상당히 매력적이다. 최홍만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K-1으로서는 일단 최홍만의 일본 내 인지도를 끌어올린 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뒤에야 유명 선수들과의 일전을 주선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홍만이 K-1에서 통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단 “데뷔 초기에는 비교적 높은 승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이 가능하다. MBC-ESPN의 K-1 해설위원 이동기씨는 “최홍만은 정식 그랑프리 토너먼트에 나서기보다는 이벤트 형식의 대회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아무래도 처음부터 레미 본야스키 같은 최고 실력자와 맞대결을 시키기에는 부담스런 면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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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밥 샙. 아래는 아케보노. | ||
유력시되는 데뷔전 카드는 아케보노(35)와의 일전. “한국씨름 대 일본 스모의 대결”은 양국 매스컴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다. 아케보노는 데뷔 후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터라 누가 이기든 ‘첫 승’을 올리게 되는 셈. 일단 최홍만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203cm, 220kg의 ‘항아리형’ 몸매를 가진 아케보노가 최홍만의 발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그러나 최홍만은 말 그대로 입식타격에는 초짜다. 반면 아케보노는 비록 승리는 없지만 그동안 꾸준히 경기를 치르며 나름대로 입식타격에 대한 트레이닝과 실전경험을 쌓아온 선수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최홍만의 ‘맷집’. 지난 7월 K-1서울대회에도 출전했던 한국 무에타이의 대표스타 이면주는 “최홍만이 큰 신장에 비해 군살이 없는 매끈한 몸매를 가진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지만 복부와 안면에 대한 맷집은 약할 수밖에 없다.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뷔전을 치르고 나면 이후 최홍만은 ‘밥샙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밥샙은 미국 미식축구선수 출신으로 K-1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둔 케이스. 코믹한 캐릭터와 특유의 쇼맨십을 살려 방송 CF 등에 출연하며 막대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여성 코러스들과 함께 랩송까지 부를 정도. 간간이 링 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선수’라기 보다는 ‘엔터테이너’라고 여기는 팬들이 더 많다.
최홍만도 12월16일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K-1 진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K-1의 스타 마케팅에 끌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느 정도의 승수만 올릴 수 있다면 K-1 챔피언자리를 노리기보다는 경기외적인 ‘스타 마케팅’쪽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밥 샙이 무조건 ‘쇼맨십’만으로 오늘날의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밥샙은 ‘K-1의 전설’로 불리는 어네스트 후스트를 두 번이나 꺾었으며, 비록 패하긴 했지만 미르코 크로캅 같은 프라이드FC의 최고 인기 선수와도 대전했다.
최홍만 역시 데뷔 초기 ‘보호 기간’이 끝나고 나면 ‘대어’를 몇 번 낚아야 자신이 원하는 스타 마케팅에 나설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셈. 그러기 위해선 맷집을 기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며, 아직 몸에 익숙치 않은 입식타격에 대한 감을 빨리 익혀야 한다. 최악의 경우 K-1에서도 연패를 기록하며 씨름계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제2의 아케보노’가 될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