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는 지난해 미 PGA투어에서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했지만 무려 2백만달러가 넘는 상금(2백7만7천7백75달러·26위)를 벌어 들였다. 박세리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시즌인 2002년에 1백72만2천2백81달러(5승)를 챙겼다. 슬럼프였던 지난 해에는 ‘고작’ 68만2천6백69달러. 프로는 곧 돈. 상금으로 치면 박세리는 최경주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2004 미 PGA투어에 루키로 도전, 87위로 간신히 풀시드 투어 카드를 유지한 나상욱(22·코오롱엘로드)만 해도 90만1천1백58달러를 벌었다. 지난해 일본투어에서 2승과 함께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양용은(33·카스코)은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1백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을 올렸다(세계랭킹 77위). 모두 박세리를 능가하는 수치다.
하지만 한국의 골프팬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도는 어느 누구도 박세리에 견줄 수 없다. 실제로 각종 이벤트의 초청비는 박세리가 최경주보다 훨씬 많다. 아직까지도 박세리를 아는 사람이 최경주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나상욱 양용은은 골프선수인지도 모르는 국민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모두 98년 IMF 경제위기 때 한국골프선수로는 세계 최고봉인 미국 무대를 처음으로 제패한 기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상금규모 인기 등 모든 면에서 여자(LPGA)가 남자(PGA)의 5분의 1 정도다. 미 LPGA는 남자 시니어투어(챔피언스투어)보다도 떨어진다. 아니카 소렌스탐의 모국인 스웨덴에서도 예스퍼 파네빅 등 남자 스타들을 앞세운 남자 골프가 더 인기다. 한국은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여자 골프가 남자를 능가하는 나라인 셈이다.
최근 ‘J골프’라는 골프전문 케이블 방송사가 생기면서 기존의 SBS 골프채널과 중계권 확보 경쟁이 펼쳐졌는데 미 LPGA 중계권이 미 PGA, 유러피언투어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가격으로 SBS쪽이 따냈다. 또 한국프로골프협회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비중이 더 크다.
불필요한 오해는 없기를.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골프가 정말이지 특이하다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여자 골프에 대한 애정을 조금만 떼어다가 남자 선수들에게도 전해주자는 것이다.
미 PGA의 코리언트리오(최경주 나상욱 위창수)는 최근 뷰익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2005시즌을 시작했다. 2005일본골프투어(JGTO)에는 지난해 5승을 합작한 양용은 김종덕 허석호 3인방 외에 2004년 국내 상금왕 장익제와 모중경, 이용훈, 호주교포 박운호 등 모두 7명이 누빈다.
골프 선수들의 외화벌이는 남자 여자보다 훨씬 많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이제 한번 남자 골프에도 한번 ‘빠져봅시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