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하면 미LPGA나, 일본투어,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를 알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다르다. 가장 넓은 면적과 인구가 있는 아시아에도 비록 5개의 조촐한 규모지만 ‘투어’가 올해 처음 생겼다. 지난해까지 ‘서킷’ 수준이었던 아시아 여자프로대회를 ‘투어’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름하여 레이디스아시안골프투어(LAGT).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나중, 특히 중국이 골프에 눈을 뜨면 어쩌면 미LPGA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지난 1월 열린 TLPGA&로열오픈, 코사이도 대만-일본 프렌드십토너먼트(이상 대만), 우이챔피언십(중국 광저우)에 이어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개막전을 겸해 열린 ‘2005 삼성 레이디스 마스터스(총상금 20만달러)’가 네 번째 대회였다. LAGT는 3월 태국여자오픈(총상금 40만달러)으로 막을 내린다.
한국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바로 그 때 기자는 한국의 여름 무더위와 비슷한 싱가포르 현지에서 이를 취재했다. 처음엔 LET, LAGT, KLPGA가 공동으로 주관한다고 해서 ‘뭐 좋은 일이니 기분 좋게 취재하자’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어이없는 얘기를 듣고는 화가 나고 말았다.
얘기인즉슨 이렇다. LAGT의 앞 3개 대회에 KLPGA 사무국은 직원은 커녕 통역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 3개 대회는 싱가포르와 태국오픈의 예선 형식으로 중요했고, 무려 19명의 한국 선수가 ‘자비’를 들여 나갔는데 KLPGA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싱가포르에 홍석규 KLPGA 회장(보광 회장)을 비롯, 주요 직원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윗사람이 나오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한국 조직의 고유한 ‘복지부동’ 원칙 때문인가.
이와 관련해 더 큰 문제는 KLPGA의 위상. KLPGA 직원들은 회장의 출연금이 아닌 회원들, 바로 소속 선수들의 회비로 월급을 받는다. KLPGA 기본 운영비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체육단체의 경우 회장의 돈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회장 및 협회의 파워가 셀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태권도 검도 유도 등 외부인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재정이 탄탄한 곳은 회원들의 파워가 만만치 않다(세 단체 모두 단증제도가 있다). 태권도의 경우 일개 협회회원이 김운용 전 협회장을 상대로 멱살을 잡을 정도다.
그런데 KLPGA는 거꾸로다. 피해자인 회원들은 물론이고, 협회 직원들조차 ‘누가 진짜 주인인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황당 스토리는 더욱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 KLPGA는 대회 도중 문제를 일으킨 두 선수의 골프대디(아버지)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딸의 캐디 금지는 물론이고 대회장 출입금지의 중징계였다. 그런데 한 선수의 아버지가 이번 싱가포르대회에서 버젓이 캐디를 했다. “내 딸의 시즌 첫 대회는 항상 내가 백을 멘다”는 말과 함께. KLPGA측은 이에 대해 “솔직히 사전에 몰랐다. 우리도 경기 첫날 백을 메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애당초 아예 징계를 주지 말던가.
세계 여자골프계의 신흥강국, 아시아 여자골프를 주도하는 한국의 골프행정. 이쯤에서 꼭 한 번 되짚어야 할 문제들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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