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진해운
23일 채권단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오는 3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 등에 등록된 상표권과 자사주 1380만 주, 런던 소재 사옥 등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자산은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에 2200억 원을 대여하며 담보로 맡긴 물건으로, 대한항공이 담보 해지를 해야 매각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이에 대한항공도 한진해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설정 담보를 푸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에도 한진해운에 자금을 대여해주면서 담보로 설정한 H-Line해운주식 181만 주와 선박 4척에 대한 담보를 해지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이들 자산을 매각해 1600억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한진해운이 이번에도 런던 사옥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6000억 원대의 회사채를 상환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한진해운이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차입금 상환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데다, 올해부터 회사채 신속인수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무보증 공모 회사채 규모는 당장 오는 3월에 1827억 원, 4월과 6월에 2604억 원 등 상반기에만 4431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오는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표시채 1억 5000만 달러까지 더하면 모두 6280억 원 가량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해외 터미널 등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각 가능성이 높은 미국 소재 국제 터미널(TTI)은 운영권 포함 지분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채권단 측은 “한진해운이 수익이 나는 TTI를 매각 가능 자산으로 분류한 상태”라면서도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쉽게 매각을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이번 추가 자구안이 원안대로 추진되더라도, 자산 매각은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일 뿐 시장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해 자금난에서 벗어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 타계 이후 삼남 조수호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지난 2006년 조수호 회장 사망 이후에는 부인 최은영 회장이 이어받아 독자적으로 경영해왔다.
그러나 해운업 장기불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대항항공에 긴급 자금을 수혈 받았고, 결국 최은영 회장은 경영권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넘겼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