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물론 음원 매출 억 단위…꿩 먹고 돈 먹는 ‘킬러콘텐츠’
‘복면가왕’ 사진 제공 : MBC
#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위키드>…
현재 방송하고 있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은 10여 편에 이른다. 시즌제로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합한 수치이지만, 예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유독 음악 소재에 집중된 제작 환경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KBS 2TV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MBC <복면가왕>, SBS <K팝스타>와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 시리즈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대진표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포화상태’를 짐작하게 하지만 방송사들의 태도는 다르다. 올해 2월 설 명절에 지상파 방송 3사는 음악 소재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무려 4편이나 제작해 나란히 방송했다. 흔히 설과 추석 등 명절에 방송하는 특집 프로그램들은 향후 정규 편성을 목표 삼아 제작진은 물론 연예인들도 전력을 다해 완성한다. 작정하고 나선 이들이 지목한 소재가 대부분 음악이었다는 사실은 방송사들이 얼마나 음악 예능에 주력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가운데 SBS가 설 특집으로 방송했던 <판타스틱 듀오>는 치열한 경쟁 속에 결국 정규 편성을 확정했다. 이로써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편수는 더 늘어나게 됐다.
방송 관계자들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이미 포화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복면가왕>과 <불후의 명곡>이 굳건한 인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해마다 시즌제로 방송되는 <K팝스타>, <슈퍼스타K> 등 레귤러 프로그램도 여러 편이기 때문. 그런데도 SBS가 <판타스틱 듀오> 정규 편성을 확정한 데는 프로그램이 가진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긍정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다.
‘복면가왕’ 사진 제공 : MBC
<판타스틱 듀오>는 연예인과 일반인 출연자가 듀엣으로 호흡을 맞춰 노래 경연에 참여하는 구성의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지원자가 휴대전화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자신의 실력을 공개하면 가수 등 연예인이 이를 확인해 자신과 호흡할 파트너를 정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방식이다. SBS는 이르면 4월부터 이를 정규 방송 제작해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판타스틱 듀오> 측은 기존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로 통하는 음악을 바탕으로 최근 방송 참여 비중이 늘어난 일반인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다.
한편에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진화’를 외치며 신설된 엠넷의 <위키드>도 있다. 출연 대상을 아예 어린이로 대폭 낮춰 창작동요제 성격을 표방한다. 가수 지망생들의 치열한 경연 무대인 <슈퍼스타K>의 포맷을 따르되 출연자의 연령을 대폭 낮추고 차별화를 노린 셈이다. 연출을 맡은 김용범 CP는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어린이에게는 동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탈락자 없는 경연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인 오락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음악에 재능을 보여 왔던 연기자 박보영과 유연석, 래퍼 타이거JK와 작곡가 윤일상을 어린이 참가자를 이끌 멘토로 캐스팅한 배경이다.
‘위키드’ 사진 제공 : 엠넷
#음악예능…프로그램 매출에 ‘효자’
방송사들이 음악예능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시청률로도 증명되는 프로그램의 인기에 있다. <복면가왕>은 평균 15~16%(닐슨 집계·동일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방송하는 경쟁프로그램인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매주 4~5%P 앞서고 있는 수치다. <불후의 명곡> 역시 평균 10%대, <K팝스타>도 9%대의 시청률을 놓치지 않는다. 웬만한 드라마보다 높은 기록이다.
하지만 시청률보다 더 큰 기대치가 있다. 바로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노래를 음원으로 발매해 거두는 추가 매출이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에 ‘효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2011년 시작한 MBC <나는 가수다>가 처음으로 증명했다. 실력파 가수들의 가창력 대결을 콘셉트로 한 <나는 가수다>는 매주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출연자들이 부른 노래를 온라인 음원사이트 멜론을 통해 독점 공개했다. 프로그램이 초반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그 해 3개월마다 한 번씩 집계하는 음원매출이 평균 10억 원씩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이 얻는 광고 수익 등과 별개로 이뤄지는 ‘부가 수익’. 음원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당시 멜론을 보유한 음원유통사 로엔의 주가까지 급등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고수익’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근 프로그램은 엠넷의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 등이다. 출연자가 부른 노래를 음원으로 따로 출시해 적지 않은 액수를 추가 매출로 거두고 있다. 방송사들은 해당 음원이 거두는 저작권 수익에서 제작자의 권한을 갖는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는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는 예능에까지 그 여파를 마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격년으로 유재석 등 출연진과 가수들이 짝을 이뤄 꾸미는 ‘무한도전 가요제’를 열고 이 때 발표하는 음원으로 관련 차트를 싹쓸이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초에는 1990년대 인기를 얻은 가수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마련해 전체 음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음원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음반사의 한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음원을 알리고 이를 온라인으로 발매할 때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며 “상대적으로 음악에만 집중해 노래를 만드는 가수들이 이런 음악 예능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