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2백억의 뜀박질
▲ 지난해 프로축구 올스타전 모습. 릴레이 달리기를 하는 각 팀 선수들 유니폼의 광고가격을 합치면 2백억원대라고 한다. | ||
국내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주체는 대부분 국내 유수의 재벌 기업들이다. 이렇다 보니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모기업(또는 모기업에서 나오는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K-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의 광고비만 따져도 그 시장규모는 2백억원이 훌쩍 뛰어넘는다. 규정상 유니폼 뒷면에도 광고를 넣을 수 있지만 최근 각 구단들은 배번 윗자리를 이름으로 대신하는 추세다. 굳이 넣는다면 배번 아래쪽을 활용하는 정도. 이런 분위기는 2002월드컵을 치른 후 바뀌기 시작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유니폼 뒷면에까지 광고로 채우다보니 ‘K-리그에서 뛰는 각 구단의 선수 이름(?)은 왜 모두 같을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울산현대는 지난해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다. 광고비로 받은 금액은 8억원. 올해도 메인 스폰서는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다. 울산현대 소대현 홍보팀장은 “그룹 계열사로 공문을 보내기도 하지만 먼저 문의해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광고비는 무작정 책정되는 게 아니라 중계 횟수와 노출 빈도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남드래곤즈도 ‘포스코’로 모기업의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광고비는 12억원 안팎. 예전에는 주주사인 대신증권과 포스틸의 이름이 들어간 적도 있었다.
한편, 이와는 달리 모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명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소속으로 되어 있는 수원삼성은 ‘파브’와 ‘하우젠’ 등 자사 전자제품의 브랜드를 유니폼 앞뒷면에 적극 광고하고 있다. 계열사 광고를 받는 경우에는 20억원 정도로 15억원 안팎의 대내 광고보다 5억원 정도 더 받지만 광고 전략에 따라 광고주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FC서울은 지난해 자사 휴대폰 브랜드인 ‘CYON’을 적극 홍보했다가 올해는 LG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홍보하고 나섰다. 또한 성남일화는 ‘맥콜’과 ‘천연사이다’ 등 자사 음료수 제품을 변함 없이 광고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전북현대와 인천유나이티드는 각각 ‘쏘나타’(지난해는 ‘투싼’과 ‘아반떼XD’) 등 현대자동차 차량과 ‘GM대우’, ‘대덕건설’ 등의 이름을 유니폼에 내걸었다.
FC서울은 풍부한(?) 계열사 덕분에 올해도 LG건설, LG전자, LG정유 등으로부터 유니폼 광고비로 4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FC서울의 강명원 홍보팀장은 “여기에는 구단 운영을 위한 다른 계열사들의 지원비 개념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래도 90% 이상은 순수 광고비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구단의 마케팅 능력에 따라서 액수도 천차만별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구단의 대주주인 GM대우와 대덕건설로부터 각각 20억원씩의 광고비를 받고 있으며 유니폼 왼쪽 어깨에 ‘브릿지21’이라는 견장 광고까지 확보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맹 규정에 견장 광고는 오른쪽에만 용품 광고를 하는 경우 왼쪽에는 일반 기업 광고를 허용하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단가는 2억5천만원 정도로 책정됐다.
한편, 대전시티즌과 대구FC처럼 시민구단의 성격이 강한 구단은 연고지 도시와 연계한 광고가 특징이다. 지난해 가슴에 ‘대전사랑’이라는 이름의 유니폼을 선보인 대전시티즌은 올해는 ‘It’s DAEJEON’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대전사랑’이라는 슬로건으로 도시 브랜드가 올라갔다고 판단한 대전시가 올해도 10억원의 광고비를 지원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대구FC도 대구시를 알리는 공동 브랜드인 ‘쉬메릭’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대주주인 ‘대구은행’을 홍보하고 있다. 광고비는 15억원 내외.
홈과 어웨이에 따라 유니폼에 들어가는 내용도 달라지는데 부천SK가 대표적이다. 부천SK는 올해 홈경기에는 ‘SK’를, 어웨이경기에는 ‘SK엔크린’을 넣기로 결정했다. 대신 축구단이 독립법인이 아니다 보니 따로 챙기는 광고비는 일체 없다. 성남일화도 이와 마찬가지다.
반면, 부산아이파크는 액면으로만 따진다면 전 구단 최고 광고비인 1백억원을 자랑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순수 광고비의 개념보다는 구단 지원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홍보한 부산아이파크는 올해 연고지인 부산에서 APEC총회가 개최되는 점을 고려해 부산시와 ‘2005 부산 APEC’이라는 문구로 10억원 정도의 광고비를 놓고 협의중이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