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코앞’ 최종 결정권자 두명, 안 부르나 못 부르나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 이임식 당시 이 시장과 오세훈 당선자. 일요신문DB
이명박 전 대통령은 AIG와의 IFC 계약에 초석을 다진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당시인 2003년 서울시는 AIG와 MOU를 체결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2004년 6월 직접 뉴욕으로 건너가 모리스 그린버그 당시 AIG 회장을 만나 ‘서울금융센터 건립을 위한 기본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이 동북아 금융 거점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약 1조 3000억 원의 생산 효과와 2만여 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북아 금융 거점도시는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욱 핑크빛 전망으로 물들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AIG 아시아 본부가 IFC로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는 정황도 전해졌다. 당시 한 언론사는 서울시 관계자 말을 인용, “이 시장이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AIG 아시아본부를 옮겨오기로 AIG와 합의했다. AIG와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AIG그룹 회장이 아시아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편지에서 그렇게 약속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시장 임기가 마무리될 즈음인 2006년 6월 IFC는 성대한 기공식을 가졌다. 당시 시장 당선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함께였다. 하지만 당시 기공식에는 여러 뒷얘기들이 오고갔다. AIG와 계약은 체결했지만 마땅한 시공사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공식부터 열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출마를 위해 기공식을 서둘렀다”는 전언도 흘러나왔다.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 전 대통령은 IFC로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했고 그 다음해 대권을 거머쥔다.
이후 IFC 사업은 순탄히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이 시작한 사업은 오 전 시장에서 마무리됐다. 오 전 시장은 2007년 1월 기본협력계약 및 임대계약에 대해 AIG와 수정합의를 하는 것으로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이 전 대통령이 AIG와 맺었던 계약과 마찬가지로 오 전 시장이 수정 계약한 것도 모두 비공개로 합의됐다.
이렇듯 당시 최종 결정권자인 두 사람이기에 증인으로 출석할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증인 출석은 서울시의회의 행정적인 절차 문제로 일단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행정적인 문제가 다소 있어 증인 출석이 무산됐다. 우선 서면으로 관련 질의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워낙 거물인 데다가 총선 시기가 맞물려 있기에 증인 출석이 무산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울시의회 특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정치적으로 몰고 싶진 않다. 오로지 특혜 관련 의혹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