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서 ‘쏘옥쏘옥’ 골프장에 ‘차곡차곡’
▲ 울산 현대 전직 부단장 S씨와 전직 코치 J씨가 용병비리로 빼돌린 돈으로 매입한 경남 언양의 S골프장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S씨와 J코치가 구속된 사유는 50만유로의 계약금을 1백10만유로로 부풀려 차액 60만유로(당시 환율 한화 약 8억5천만원)를 챙기는 등 구단 사무국 직원과 코칭스태프의 결탁으로 부정을 저질렀던 탓이다. 특히 J씨는 현역 프로구단의 코치라는 사실 때문에 당시 프로축구계에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해 S씨와 J코치의 은행 계좌를 수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경남 언양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돈이 집중적으로 흘러들어갔는데 수신인이 ‘S골프장 J씨’였던 것. S골프장은 지난해 9월 오픈한 9홀짜리 골프장으로 현재 10홀로 확장 공사를 마친 상태다. S골프장은 언양 톨게이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단순한 골프연습장이 아니라 그린을 갖췄고 어프로치도 가능하다. 8천 평의 대지에 현재 땅값만 평당 50만원으로 총 40억원에 이른다. 주변에서는 클럽하우스까지 갖춘 골프장의 시가가 6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용병비리 사건을 전담했던 조성규 검사는 “돈이 골프장으로 계속 유입된 걸 수상히 여겨 조사해본 결과 이들이 골프장을 운영할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S씨는 평소 “프로축구단 운영에 대해 알만하니까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해왔었다. 골프장이 완성되면 골프장 운영을 맡고 축구계에서는 은퇴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경남 언양의 S골프장 등기부등본 일부. 오른쪽 위 소유자가 J씨로 돼있고 바로 아래 현대중공업의 가압류 현황이 기재돼 있다. | ||
J코치는 2003년 11월13일 골프장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받았다.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이들의 비리가 밝혀지자 현대중공업 총무부는 2004년 12월30일 울산지방법원에 골프장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가압류 금액은 5억6천1백60만원이었고 2005년 3월9일 재차 가압류한 금액은 7억4천6백50만원이었다. 현대중공업은 S씨와 J코치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통해 빼돌린 돈을 회수하고 있지만 전액을 다 회수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골프장에서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돼 한숨 돌린 상태다.
하지만 울산측은 비리의 종착역이었던 골프장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자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 그동안 울산 현대는 프로축구단 중 가장 방만하게 구단 운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구단의 돈을 마치 자신의 지갑에서 꺼낸 돈처럼 유용했고 구단의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제대로 된 감사조차 하지 않았다.
울산은 올 시즌 S씨를 내보내고 오래 근무했던 직원들 상당수에 대한 인사조치를 단행하면서 변화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축구협회 홍보국에서 근무하던 김형룡씨를 부단장으로 앉히고 분위기 혁신에 나섰다. 지역 단체들과 연계를 강화해 울산 현대가 진정한 울산의 구단이라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해,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골프장 보도는 분명 구단에 부담을 안기는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으로 인해 구단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실추됐다”면서도 “골프장 운영을 같이하기로 계획한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축구계에서도 두 사람의 골프장에 대한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었던 상황이었다. 프로연맹의 한 관계자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 있었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지 못했다”면서 “공금횡령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려했던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두 번 부정을 저지르다 도덕불감증에 빠진 두 사람에 대해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프로축구계 전체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