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영국과 함께 유럽의 골프강국이다. <일요신문>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얘기는 바로 골프스타 품성론이다. 주인공은 두 명. 히메네스와 가르시아다.
뭐 가르시아야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스페인의 신성’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타이거 우즈 때문에 빛을 못 봐서 그렇지 97년 17세의 나이(80년생)에 유럽투어에서 우승한 이래 지금까지도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세계 8위).
84년생인 히메네스는 어떻게 생긴 골퍼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키는 작고 콧수염이 있고, 꽁지머리를 한 실제 나이에 비해 좀 늙어 보이는 선수다. 2004년 유럽투어 상금 4위에 올해도 톱5 안에 드는 역시 실력파다.
다음은 마드리드에서 클럽챔피언을 지낸 한 태권도 사범이 현역 스페인 골프의 쌍두마차인 가르시아와 히메네스에 대해 한 말이다.
“실력은 가르시아가 좋을지 모르지만 인기는 히메네스가 훨씬 높아요. 왜냐고요? 가르시아는 매너도 안 좋고 골프로 많은 돈을 벌지만 좋은 일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차에서 새우잠을 자가며 투어생활을 한 끝에 자수성가한 히메네스는 2003년인가 스페인오픈 우승 후 8천만원이 넘는 상금을 어려운 프로들을 도우라며 선뜻 내놓았습니다.”
가르시아의 아버지는 스페인판 박준철로 통한다. 골프장 프로였던 가르시아 아버지는 한국의 박준철씨가 박세리를 키워낸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바쳐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하지만 매너와 인간성은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남자선수들이 히메네스에 가깝다면 여자는 가르시아류(流)가 많다.
전라도 촌놈으로 연습장 볼보이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최경주는 97년부터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소속 결손 아동들을 남몰래 도와왔다. 지난 해 11월 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는데 8년간 무려 55명에게 총 1억9백65만원의 사랑을 베풀었다. 여기에 2002년부터 미PGA에서 버디를 잡을 때마다 사랑의 버디성금 2만원을 모아오고 있다. 지구촌 빈민 아동들을 위해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에 1만달러의 성금을 내고, 대회 우승상금을 미숙아 돕기에 기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일본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허석호는 우승 때마다 탑골공원의 노인 급식 봉사단체에 쌀 1백 가마를 기증해오고 있다. 역시 2만원짜리 사랑의 버디성금도 함께하고 있다. 양용은 장익제 등 간판급 선수들도 나름대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자는? 물론 박세리 박지은 등 세계 최고의 기량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스타플레이어들은 매년 세밑이면 자선기금을 낸다. 하지만 평상시 주변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어렵게 골프를 해온 반면 한국 여자들은 가르시아처럼 골프 대디들의 손에 이끌려 스윙머신으로 커온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자선 행위도 실제로는 아버지가 결정하고, 그것도 여론을 의식하거나 보도용으로 비치곤 한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