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치는 심판 ‘작업’ 하는 감독
하지만 아마야구 현역 감독들은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한다. 심판, 감독, 학부모가 서로 얽혀 있는 아마야구의 검은 그림자를 따라가 봤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교야구의 승부조작은 경북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걸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고질병이라고 일선 감독들은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확실한 물증을 잡기 전에는 그 누구도 나서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지만 심판, 감독, 학부모 사이에 이뤄지는 줄다리기와 여기서 파생하는 비리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아마야구의 승부와 관련된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쉽게 인터뷰에 응하는 감독은 없었다. 당초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가 번복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취재에 응한 A중학교 B감독은 “초등학교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해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줄어들지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심판 판정이나 승부와 관련된 잡음이 커진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B감독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서 대학진학 문제가 걸려있는 경우에 각 지방대회에서는 감독들의 담합으로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하지만 B감독은 “최근에는 학부모를 비롯한 관중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우승할 경우 특별 수당 등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합은 파기되는 것 같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특별 수당은 우승할 경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걷어 보너스 형식으로 감독에게 전달하는 돈을 말하는데 감독은 이 돈을 혼자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판정을 봐준 심판들에게 인사라도 하는 게 거의 관례처럼 되어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차후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B감독은 “심판 배정은 심판위원회가 진행하지만 암암리에 로비가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덧붙여 B감독은 “심판 판정 몇 개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고 결국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시합에 들어가서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거 몇 개만 보면 그 날 시합이 어떻게 진행될지 감 잡을 수 있다”며 아마야구에서 절대적인 심판의 ‘파워’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야구협회 야구 관계자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그는 “80~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강제도를 둬서 특기자 심사를 따로 했는데 지금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수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물론 성적이 좋아야 전국대회에 얼굴을 많이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해관계가 있는 심판이 배정된다거나 하는 경우는 결코 없다고 봐도 좋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방의 C고교 D감독은 “일부 심판들의 비공식적인(?) 압력을 외면하기 어렵다”면서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심판의 전화가 오면 사실상 모르는 척하기가 곤란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무리 이해관계가 없는 심판을 배정한다 하더라도 학연이나 지연으로 선후배 관계에 있다 보니 알게 모르게 친분이 있는 경우 판정의 공정성 시비는 언제든지 문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D감독이 말하는 심판의 ‘장난’은 다양했다. 루심일 경우 베이스 터치를 문제 삼을 수도 있고 간발의 차이인 경우 ‘세이프’와 ‘아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또한 구심은 스트라이크 존을 이용할 수도 있고 투구폼을 지적하면서 보크에 대한 부담감을 주어 방해하는 건 아주 전형적인 수법에 속한다고 전했다.
일부 얘기이긴 하지만 심판이 ‘브로커’ 역할을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좋은 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학부모의 기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D감독은 “선수의 진학문제라면 모든 걸 발 벗고 나설 학부모의 약점을 잡아서 좋은 학교를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심판과 감독이 2인1조로 ‘작업’하는 경우도 드문 것은 아니다”라며 은밀한 거래는 언제든지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