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권주자 버니 샌더스 역시 오바마 정부 시절 8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AP/연합뉴스
필리버스터란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행위, 즉 의회에서 다수당이 수적 우세로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소수당이 표결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필리버스터가 흔한 미국에선 한국보다 좀 더 폭 넓은 의미로 쓰인다. 한국의 경우 규정상 ‘무제한 토론’이란 좁은 의미에서만 한정된다. 즉, 의제와 관련있는 토론만 인정이 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좀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의제와 관련없는 버티기식 방해행위가 가능하다. 발언석에서 희곡을 낭독하거나 성경을 봉독하거나 시를 낭독해도 상관없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전화번호부를 읽거나 자신의 자서전을 읽기도 한다. 게다가 발언석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허용이 안 되는 한국과 다르게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잠시 휴식을 취해도 상관 없다.
미국의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링은 1957년 8월 29일, 스트롬 서먼드 미 상원의원의 기록이다. 무려 24시간 18분 동안 발언했다. 당시 서먼드는 민권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이 같은 필리버스터링을 실시했으며 중간 중간 의제와 관련없는 성경책 봉독으로 시간을 채워나갔다.
한편,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도 필리버스터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1년 당시 그는 미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부자감세연장안 표결에 대항하여 무려 8시간 27분 동안 연설을 진행했다. 다만 당시 표결을 며칠 앞둔 터라 엄밀히 말하면 필리버스터는 아니지만, 미 국민들은 당시의 일을 두고 버니 샌더스 필리버스터라 지칭하며 샌더스를 필리버니라 부르기까지 했다. 70세가 넘는 고령에 8시간이 넘는 끈질긴 연설에 미 국민들이 주목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