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주세요 ‘기아 저력’ 아시죠
▲ 배칠수(왼쪽),와 심재학 선수.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배칠수(배): 어휴 덥긴 덥네. 요즘처럼 날씨 더우면 체력 보충을 어떻게 해요?
심재학(심): 잠이 보약이죠 뭐. 그냥 자는 게 ‘장땡’이야.
배: 이번 서울 게임 끝나면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는데 지치겠어. 이동거리도 멀고 날씨도 그렇고.
심: 그래도 성적이 좋으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가 막판에 역전되면 정말 힘이 쭉 빠져. 열불나서 잠도 안 오고(결국 기아는 23일 LG전에서 4-1로 리드하고 있다가 LG의 8회말 공격에서 6실점해, 4-7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배: LG시절이었죠?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어요?
심: 뭐, 다 먹고 살려고 했던 거죠. 하하. 고등학교 때 투수로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지만 투수로는 내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하도 안 되니까 투수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가 15경기에서 3승3패, 방어율 6.33을 기록하고 다시 타자로 돌아섰죠. 그런데 웬만하면 사람 약점을 가지고 질문하는 거 하지 말자구요.
배: 무슨 약점이라고? 다른 선수는 투수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다 좋은 경험이 되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고 요즘엔 홈런 수가 부쩍 많아졌어요.
심: 전 장거리 타자가 아니라 중거리 타자예요. 홈런보다는 안타를 더 많이 쳐야 해요.
배: 홈런이 훨씬 더 짜릿한 거 아닌가?
심: 물론 그렇죠. 홈런도 자주 나오는 게 아니니까. 그래도 팀에서의 내 역할은 대포보다는 영양가 있는 안타로 타점을 올리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배: 다른 타자들에 비해 선구안이 뛰어나다면서요? 내가 볼 때는 선구안이 좋은 게 아니라 소심한 거 아니야? 어떻게 쳐야할지를 몰라서 그냥 안 치고 기다리는 거?
심: 아니 이 분이 더위에 남 약 올릴 일 있나. 소심해서 안 치고 기다리는 것과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오길 골라내는 것과 어떻게 같아요?
배: 솔직히 말해서 꿈보다 해몽 아니유?
심: 어이쿠, 내가 말을 말아야지. 요즘도 일요일에 사회인 야구 하시죠? 방망이 잘 안 맞는다고 소문났던데?
▲ 심재학 선수 | ||
심: 힘들었죠. 보따리 싸들고 이사다니기가. 그래도 수도권에서만 오락가락하다 광주로 내려왔으니 많이 힘들었다고 할 순 없구요. 각 팀의 장단점들을 비교할 수 있어서 좋긴 좋아요. 나중에 지도자 생활할 때 한 팀에만 오래 머물렀던 것과 여러 팀을 다닌 것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배: 다른 팀은 그렇다치더라도 기아에서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심: 결코 쉬운 팀은 아니에요. 처음엔 마음 고생도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에 익숙해졌어요. 전라도 분들이 표현은 거칠어도 워낙 정이 많거든요. 이젠 서울보다 광주가 훨씬 편해요. 전라도 사투리도 고향 말 같고.
배: 심재학 선수의 이미지가 편해 보이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심: 힘들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말씀 하세요.
배: 그럴까요? 솔직히 인상이 별로잖아요. 그래서 팀 옮길 때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아요.
심: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질 못하죠. 그런데 제 성격, 그렇게 별난 편 아니거든요. 은근히 낙천적이에요. 농담도 잘하고. 왜 그렇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는지 몰라. 야구 1년 한 것도 아니고 벌써 11년째인데 말이에요.
배: 참, 백넘버가 14번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 번호예요? 나도 사회인야구하면서 14번 달고 뛰잖아.
심: 그래요? 내일부터 백넘버 바꿔야겠다. 하하 농담이에요. 뭘 또 째려보시긴. 무슨 이유는 없었구요, 그냥 아마추어 때부터 14번을 달았어요. 14번 달고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프로에 와서도 계속 14번을 달게 됐구요.
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기아가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부담이 많을 것 같네요.
심: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지금 성적이 꼴찌라고 해서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기아 특유의 파이팅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기아팬들이라면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저희를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욕을 하는 건 좋은데 포기는 말아주세요.
배: 참, 좀 전에 보니까 얼굴에 선크림을 잔뜩 바르던데 효과가 있어요?
심: 이것마저 바르지 않으면 우린 ‘잘 구운 통닭’이 되고 말 거예요.
배: 하여튼 이렇게 더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야구선수들을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팬들의 응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힘내요. 제가 응원의 박수 보내드릴 게요. 알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