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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어 고민하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비단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다양한 불임 요인이 존재한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일본 비뇨기과 전문의 기무라 마사키 교수는 “남성 불임의 원인 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정자도 노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물론 50대가 지나서도 아이가 생겼다는 남성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여성과 달리 개인차가 큰 편인데, 기무라 교수는 “보통 남성의 경우 40세가 넘으면 정자 활동이 둔화돼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네덜란드에서 20~50대 남성 227명을 조사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정자의 DNA 손상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3년 미국 <산부인과저널>은 “남성 5081명의 정액을 채취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정자 수는 35세부터 매년 1.71% 감소됐다”고 했다. 반면 “정자 기형률은 41세부터 매년 0.8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 수가 적고 활동성이 떨어질수록 불임의 원인이 된다. 즉 40대 이후엔 남성 역시 임신 확률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최근 만혼(晩婚) 경향이 심해지면서 갈수록 평균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있으니, 어찌 보면 불임 부부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남성 불임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외에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다. 만약 임신 노력에도 1년 넘게 성공하지 못했다면 정자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정액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하지만 한편으론, 선뜻 검사 받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기무라 교수는 검사 전에 가능한 셀프 진단법을 소개했다.
영화 <연애의 맛>의 한 장면.
첫째 정계정맥류 진단이다. 교수에 따르면 “정계정맥류는 왼쪽 고환 위에 나타나는 정맥류로 남성불임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오른쪽 고환에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우선 왼쪽 고환 상단에 구불구불한 혈관들이 보인다거나 혹은 만졌을 때 울퉁불퉁한 혈관다발이 느껴지는지 확인해보자. 전체 남성의 15%에서 정계정맥류가 발견되는데, 불임남성의 경우 35~40%를 차지할 정도로 빈도가 높다.
정계정맥류는 혈관에 피가 머무르면서 고환 주위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고환 기능이 나빠지고, 결국 정자 생성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 기무라 교수는 “다행히 대부분의 불임전문병원에서 수술을 통해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둘째로 페니스 크기는 불임과 상관없지만, 고환 크기는 무시할 수 없다. 정상보다 고환 크기가 작은 남성은 정자 생성에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남성의 평균 고환 크기는 23㏄로 메추리알보다 약간 큰 정도다. 만일 이보다 작고,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을 시엔 검사를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셋째, 흔히 정류정소(停留精巢)로 알려진 질환이 있다. 고환이 복부에 머무른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고환에서 질 좋은 정자를 생산하려면 체온보다 2~3℃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고환이 신체 밖에 위치해 있는 이유다. 그런데 정류정소처럼 고환이 잠복해 있다면 그 기능이 저하된다. 극도의 비만으로 살에 파묻힌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정관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정관은 고환에서 생성된 정자가 배출되는 통로인데, 이를 인공적으로 차단해 피임효과를 얻고자 하는 수술이 ‘정관수술’이다. 대략 고환의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굵기가 2~3㎜인 가느다란 관 형태다. 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정관이 형성되지 않은 남성도 있다”고 한다. 위치를 찾는 데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목욕 시 직접 만져서 체크하면 좋을 듯하다.
이상 4가지의 진단법 중에서 한 가지라도 해당되는 남성은 불임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를 갖기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에서 정액검사를 받길 권한다.
선천적인 원인이 아닌 생활습관 같은 후천적인 요인은 조금만 조심하면 불임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정자의 노화 촉진에는 활성산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한 조사에 따르면 “정액의 항산화력(활성산소에 대항하는 능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정자 운동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자의 노화를 막는 데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예를 들어 “수면이 부족한 남성은 정자 개수가 줄고, 정액의 질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야근이 잦은 남성 역시 정액의 질 저하로 연결됐다. 최악은 담배다. 담배는 대량의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고 노화를 촉진한다. 아이를 원하는 남성이라면 당장 금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비타민C와 비타민E 등 항산화 작용이 강한 영양제를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노화방지에 탁월한 코엔자임Q10도 추천할 만하다. 코엔자임Q10은 “정자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일례로 20~30대 불임 남성들에게 코엔자임Q10을 6개월 복용하게 한 결과, 정자 운동성이 높아졌다.
이밖에도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연, 셀레늄 등을 섭취하면 효과적이다. 아연이 많이 포함된 식품으로는 굴, 전복, 양파와 마늘, 토마토 등을 꼽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정액을 과다축적하지 않는 것도 포인트다. 언뜻 금욕생활을 오래하면 정액이 짙어져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정자의 수명은 3일 정도다. 계속 배출하지 않을 경우 정액 속에 죽은 정자도 늘어난다. 기무라 교수는 “정자 운동성이 나빠지므로 일주일에 1~2번은 사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