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끔찍한 ‘지성 사랑’ 한국기자도 ‘으쓱’
▲ 지난 14일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공식 입단했다. | ||
퍼거슨 감독은 맨유를 프리미어리그 우승 8회, FA컵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으로 이끈 전무후무한 대감독이다. 퍼거슨은 이런 놀라운 결과를 바탕으로 ‘경(Sir)’으로 불릴 정도로 영국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정확히는 존경과 두려움의 존재라는 게 맨유 관계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박지성에게 퍼거슨은 두려운 지도자라기보다는 든든한 후원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잘못하면 퍼거슨이 걷어찬 축구화에 눈 부위가 찢어진 베컴처럼 피가 흐르는 곤욕도 치르겠지만 아직까지 분위기는 좋다.
▲ 퍼거슨 감독. | ||
맨유는 베컴이 있던 시절과 비교해서 하락세가 뚜렷하다. 최고의 명문구단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2년간 맨유는 미드필더가 약해 고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이 킨의 노쇠화와 왼쪽 측면의 라이언 긱스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런 시점에 쉴 새 없이 미드필드를 휘젓는 박지성은 매력적인 보물임에 틀림없다. 퍼거슨이 다른 선수들에게는 소리를 질러도 박지성에게는 오히려 부탁을 해야 할 상황이다. 박지성만한 백업요원을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퍼거슨도 잘 알고 있는 것. 현지의 영국 기자들은 감독이 너무 박지성을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고 있어 한국 기자들의 어깨까지 우쭐거리게 만든다.
박지성은 지난 8일 기아차 영국법인의 쏘렌토 증정식에 참석했다가 한국 기자들과 만나 간단히 인터뷰를 나눴다. 하지만 박지성의 성의없는 답변에 한국 기자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음날 다소 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지성은 “사실 인터뷰하고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에이전트는 “요즘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다. 이전에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 있을 때는 팬들이 사인해달라고 하면 숨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기자들도 박지성이 일부러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박지성은 마케팅 능력이 세계 최고라는 맨유의 유니폼을 입었다. 팬들과 언론을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선 것이다. 박지성이 언론과 팬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라고 현지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 지난 8일 기아자동차 영국법인의 쏘렌토 증정식 모습. | ||
박지성은 “열심히 하다보면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히 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에서 팬들의 야유를 ‘빠르크’송으로 바꾸게 했던 뚝심있는 젊은이가 바로 박지성이다. 많은 팬들이 박지성의 맨유행에 찬사를 보내고 있을 때 박지성은 축구의 전설이 되기 위한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다.
맨체스터=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