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훈이 형님, 기 좀 넣어 주세요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태균과의 인터뷰는 더위를 피해 이례적으로 에어컨이 가동되는 ‘방’에서 진행됐다.
배칠수(배):별명이 ‘살찐 장동건’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래요?
김태균(김):어이쿠. 형님, 더운데 무슨 이상한 소리부터 꺼내십니까? 장동건씨가 들으면 무척 불쾌하게 생각하시겠어요. 사람들 참 이상해요. 그냥 장동건 닮았다 해도 안 믿겠지만 ‘살찐 장동건’은 또 뭡니까.
배:어허 이 사람아! 그래도 뭐 ‘살찐 박명수’보단 낫잖아? 그만큼 인물이 좋다는 소리니까.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잘생겼네. 오늘 에어컨 쐬며 인터뷰하는 건 처음인데 분위기나 팍팍 띄워줘야겠다. 올해로 데뷔한 지 4년 됐죠? 2002년도 빼곤 줄곧 3할대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어요. 이전에 양준혁 선수 말로는 3할 타자되는 거, 보기보단 어렵다고 하던데요?
김:맞아요.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전 프로 오면서 목표를 세운 게 있어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해요. 여전히 배고플 따름이죠.
배:목표라면 혹시 홈런왕?
김:네. 장타율에 비해 홈런 수(7월20일 현재 12개)가 좀 작아요. 지금쯤 한 스무 개는 쳤어야 하는데….
배:남은 기간 동안 잘 치면 되잖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김:기록이라는 거,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도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4번타자다 보니까 좀 많이 부담돼요.
배:그래서 그런지 결승타가 많은 반면, 병살타도 많아요.
김:4번타자는 주자가 나가 있을 때 그 주자를 불러들여야 한다는 사명감이 강해요. 당연히 득점 욕심이 많아지죠. 공격적으로 스윙을 하다보니 병살타가 많아요. 큰 거 한방을 노리기 때문이에요.
배:병살타도 줄이고 결승타도 팡팡 터트리면 정말 좋겠다 그쵸? 하하. 근데 김태균 선수는 이런 한증막 같은 무더위가 제철이라고 떠들고 다닌다면서요?
김:전 땀이 나야 몸이 풀리는 체질이에요. 날씨가 차가우면 몸을 풀어서라도 열을 내야 하는데 여름에는 쉽게 열이 나니까 따로 몸을 풀 일이 없죠.
배:그만큼 체력이 좋다는 거죠? 다른 선수들은 더위 탓하며 몸이 자꾸 가라앉는다고 하소연인데 오히려 더위에 더 힘을 낼 수 있다니, 거 참 희한하네. 그건 그렇고 자, 아! 해봐요.
김:왜요?
▲ 홈런을 친 뒤 유지훤 코치와 하이파이브 하는 김태균(위). | ||
김:(순간 입을 가리면서) 안돼요. 저 치아 대개 못 생겼거든요.
배:건치라는 게 치아 잘생긴 걸 뽑는 건 아니잖아요. 건강한 치아면 되는 거니까.
김:사실 운동 선수 대부분이 치아가 안 좋거든요. 저도 그래요. 어금니도 맛이 갔어요. 근데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치과협회에서 뭐라고 할 것 같은데요?
순간 정민철이 배칠수씨한테 다가와서 아는 척을 하자, 배칠수씨 왈, “난 7승에서 멈춘 선수랑은 얘기 안 해. 8승 올린 다음에 얘기하자”며 ‘면박’을 준다.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 사이다.
배:여기 진짜 산만하네. 아니 선수들이 왜 이렇게 김태균 선수한테 친한 척을 한대요? 평소 인기가 많은 가 봐요.
김:선배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커 나가고 있습니다. 항상 고맙죠. 전 개인적으로 장종훈 선배의 라커를 물려 쓰는 게 참 좋았어요. 제가 평소 존경했던 선배였거든요. 한화 입단하면서 장종훈 선배처럼 ‘홈런왕’ 소리를 듣는 게 꿈이었습니다. 선배의 센 기를 이어받고 싶어서 라커를 차지했는데 아직 별다른 효험을 발휘하지 못하네요.
배:홈런 못 치면 어때요? 결승타 팍팍 때려주는데. 제가 듣기론 장종훈 코치도 김태균 선수가 자신의 라커를 쓴다니까 무척 기뻐하셨다고 하던데요? 하여튼 이 더위에 정말 고생 많습니다. 오늘 인터뷰한 보람이라도 느끼게 홈런 한 방 터트려 주세요 네?
배칠수씨는 인터뷰가 끝난 뒤 김인식 감독이 좋아한다는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와선 선수단 전원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홍보담당자에게 이렇게 눙을 친다. “어렵게 아이스크림으로 한턱냈는데 이거 어떻게 생색을 내지? <일요신문>에서 써주겠지?” 배칠수씨의 아이스크림 공세는 ‘가수 배칠수’로 직업까지 바뀌어선 다음날 <연합뉴스>에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