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노인, 디스크 환자 폭행 후 사라져…용역직원들은 웃고 있었다”
복면을 쓴 용역 깡패에게 폭행을 당한 후 실신 상태로 방치된 김 씨(74).
허리디스크로 고생 중이었던 이 씨는 복면을 쓴 괴한 15명이 잠긴 출입문을 망치로 부순 후 컨테이너박스로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괴한 4명이 이 씨를, 괴한 5명이 김 씨를 150m 떨어진 펜스 인근으로 끌고 가 철골과 철물이 쌓인 곳에 내팽겨 쳤으며, 정신적인 충격에 두 사람은 실신했다고 한다. 이 씨는 “30여 분간 실신해있다 깨어보니 김 씨가 손 끝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쓰러져 있어 죽었다고 생각했다”면서 “인근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119구급대는 신고가 접수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출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경찰도 다수 보였지만 용역 직원들과 대화만 나눌 뿐 실신해 있던 우리를 살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씨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임 아무개 씨(71)도 시행사 측 용역 직원에게 김 씨 구조를 요청하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임 씨도 김 씨가 사망한 것으로 착각해 즉각 구조를 하려 펜스 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시행사 측 용역 직원에 의해 저지당했고 결국 몸싸움까지 벌어져 요추부 염좌 부상을 당하고 오른손을 펜스 철골에 찢겨 봉합술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임 씨는 “복면을 쓴 괴한들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면서 “용역 직원들이 웃으면서 김 씨와 이 씨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만 하고 있어 ‘니들은 부모도 없느냐’고 울부짖으며 구조를 계속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평택경찰서는 복면을 쓴 괴한 9명과 공사 관계자 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복면을 쓴 괴한 가운데 일부만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폭행을 사주한 측이 현대건설인지, 에너지뱅크인지, 재개발조합인지는 내주 중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눈 부위를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무장한 괴한에게 개, 돼지처럼 150m를 끌려갔다”며 “그날 유난히 추웠는데도 1시간 넘게 차디찬 땅바닥에 방치돼 추위와 공포에 무진장 떨어야만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무전유죄라는 말이 2016년에도 통용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일로 가난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면서 “15명 가운데 9명만 경찰에 붙잡혔다던데 이들에게 단순 벌금형만 주어진다면 억울함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해 건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시행사인 에너지뱅크 측은 나몰라라 식의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복면 쓴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 중인 김 씨와 이 씨는 시공사 및 시행사 관계자가 단 한 차례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폭행으로 인한 병원 치료비 및 입원비조차 개인 부담을 해야 한다고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와는 무관하니 시행사나 조합 측에 문의해주길 바란다”면서 “공사 현장을 찾아 시행사에 두 번에 걸쳐 확인해보니 용역 업체에 ‘노인들을 안전하게 밖으로 모시라’고 지시했다더라”고만 밝혔다. 관계자는 또 “폭행을 당한 두 피해자가 살짝 긁힌 걸로 한 달 넘게 병원에 누워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살짝 밀치고 당긴 게 폭행은 아니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즉 현대건설 측은 높은 토지 보상 합의를 위해 두 피해자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행사 용역 직원의 방해로 1시간 30분 후에야 119구급대에 후송되는 김 씨(74).
한편 현대건설은 평택세교도시개발지구 힐스테이트평택 예정부지인 세교동 산48-22번지에 컨테이너박스를 마련한 신 아무개 씨에게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5일 전인 지난 1월 25일 ‘공사부지 내 불법가설건축물 자진 철거 요청’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에서 현대건설은 신 씨에게 컨테이너박스가 공사에 방해돼 공정손실 및 경호·경비 인력의 증가 등 심각한 손해가 발생함에 따라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