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명박 “일본의 아시아본부 옮겨오기로 합의” 자신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의 서신을 받은 지 17일 후 기본협력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서신은 2004년 5월 20일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서신 내용의 핵심은 ‘강력한 약속’이다. 모리스 그린버그 전 회장이 적은 서신에는 “서울이 주요 금융센터로 성장할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고, AIG가 중요 금융 사업 부문 또는 사업 부서를 그곳에 위치시킬 개연성이 있습니다”라며 “이와 관련하여 저는, AIG가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주요 다국적 금융 회사 중 우리의 중요한 지역 경영기능과 활동을 그곳에 제일 먼저 위치시키는 회사가 됨으로써 지역 금융 중심으로서의 서울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선제적으로 앞장 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강력한 약속을 드립니다”라고 적혔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서신을 받고 AIG가 본부급 지점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 유치할 것으로 확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 시장이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AIG 아시아본부를 옮겨오기로 AIG와 합의했다’고 자신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신을 받은 지 17일 후 서울시와 AIG는 기본협력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특위에서는 서신이 계약 내용을 뒤집을 반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IFC 계획 과정에서 금융센터 활성화를 목적으로 내세웠음에도 AIG와 계약을 하며 ‘금융사 유치’를 의무화시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AIG 측은 IFC에 본부급 지점 등을 입점시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융사 유치 실적도 매우 저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특위는 서신이 계약의 효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위에 참여한 법률 전문가인 홍훈희 변호사(법무법인 양헌)는 “회장의 약속은 그 자체로서 계약의 중요한 배경이자 계약 체결의 동기가 되었고 나아가 계약서 문구를 통해 구체화되어 있다고 해석된다”며 “서울시는 (서신의 내용대로) AIG가 지역본부 유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러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계약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특위는 이러한 서신 내용을 바탕으로 3월 9일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김현아 특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IFC가 매각된다면 1조 원 먹튀 논란은 현실화된다. 서울시의 책임 있는 대응과 AIG의 계약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