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에게는 직장이 있듯 골프선수들에게는 소속사(스폰서)가 있다. 물론 소속사가 없는 선수도 있다.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장정(25)이나 캐나다여자오픈을 제패한 이미나(24)가 바로 그런 경우다.
프로선수인 만큼 골퍼는 자신이 번 돈(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훈련비 캐디월급 등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력이 뛰어나고 인기가 높은 선수일수록 좋은 스폰서를 갖고 있다. 보통 상금보다 스폰서로부터 받는 지원금의 액수가 더 크다.
골프선수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모자는 기본이고(이것도 앞 옆 뒤,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옷 골프클럽 캐디백 목걸이 시계 등 몸에 착용해 남에게 보일 수 있는 곳엔 거의 다 광고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스폰서도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메인스폰서와 서브스폰서. 말 그대로 가장 중요한(후원금이 많은) 소속사가 있고, 그 밑에 나머지 후원사가 있는 것이다. 구분하는 법은 두 가지. 신문기사 등에서 선수이름 뒤 괄호 안에 명기되는 회사를 메인스폰서로 보면 된다. 또 보통 모자 정면에 표시된 로고가 스폰서 회사를 나타낸다.
‘한국의 골프여왕’ 박세리(28)의 예를 보면 소속사는 CJ그룹이고, 용품 서브스폰서(클럽 사용)로 테일러메이드와 계약했다. CJ가 모자 정면, 테일러메이드는 측면이다. 메인스폰서 없이 서브스폰서만 있는 경우도 있다. 박지은(26)이 그렇다. 나이키골프로부터 용품 후원을 받는다(용품이라고는 하지만 지원조건에는 대부분 현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워낙 예상 몸값이 높아 아직까지 메인스폰서가 없다.
‘스마일퀸’ 정일미(33)도 기가골프로부터 용품후원은 받지만 정작 메인스폰서가 없다. ‘얼짱골퍼’ 최나연(18)처럼 학생이면서 프로가 된 경우에는 좀 더 특별하다. SK텔레콤이 메인스폰서고, 테일러메이드가 용품후원사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학교가 중요한 까닭에 ‘대원외고’도 무시할 수 없다. 최나연측이 언론에 “대원외고도 꼭 써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한 대회에 한해 특정회사의 로고를 특정부위에 달고 뛰는 ‘1회용 스폰서’도 있다. 계약조건은 크게 캐시(계약금 형식의 현금)와 인센티브, 그리고 부대조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세 가지 다 한다.
캐시는 말 그대로 현찰. 1년 단위로 소속사가 선수에게 현금을 준다. 보통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1억∼1억5천만원을 받는 반면 박세리 같은 세계적인 선수는 무려 20억원을 받는다. 이는 성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급된다. 인센티브는 성적에 따라 소속사가 별도로 주는 일종의 보너스.
미PGA의 경우 우승상금이 1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회가 많다. 여자도 20만달러 이상이 제법 된다. 여기에 순위 상금까지 포함하면 성적이 좋을 경우 소속사는 연간 지원금보다 훨씬 많은 보너스를 지출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 경제난에 기업은 씀씀이를 줄이는 반면 골프 잘 치는 선수는 늘고 있다. 그래서 스폰서 구하기가 무척 어렵고, 예전에 비해 계약의 거품도 많이 빠졌다. 올해 KTF와 계약(연 10억원 수준)이 끝나는 김미현을 비롯, 박지은 장정 이미나 정일미 등이 좋은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