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캄’ 만나는 곳 늘 ‘캄캄’
▲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아드보카트 감독(가운데)과 핌 베어벡 수석코치(왼쪽), 가삼현 대외협력국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
더욱이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부터 아드보카트까지 모든 한국대표팀 감독을 특정 에이전트사 소속만 고집하면서 의혹을 사는 일을 자초하고 있다. 영국의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캄(KAM)이 한국축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것.
그러나 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와의 계약이 그의 개인 에이전트인 변호사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는데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정감사까지 거론되는 축구협회의 폐쇄적인 행정의 한 장면인가 아니면 근거없는 비난인가. 신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보인 축구협회의 비합리성과 국정감사의 숨은 의도를 밝혀봤다.
캄(KAM)은 영국의 스포츠마케팅 회사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등록돼 있는 에이전트사 중 큰 규모다. 그런데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여년 전부터 한국대표팀의 A매치를 독점적으로 중개해주고 있는데 한국이 2002월드컵을 개최할 때 유럽표를 얻는 데 기여해 대한축구협회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곳과 거래를 트면 단골이 되고 서로 신뢰가 쌓이듯이 축구협회와 캄은 끈끈한 인연의 동아줄에 서로를 묶는다. 2000년 설기현의 벨기에 진출도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해외진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캄이 성사시켰다. 캄과 축구협회의 관계가 최고조로 올라설 수 있었던 계기는 히딩크 감독의 부임이었다. 캄은 히딩크 감독을 한국감독으로 앉혔고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4강을 이룩해 냈다. 히딩크의 성공으로 캄에 대한 축구협회의 지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그러나 이후 캄 소속의 쿠엘류-본프레레 감독이 연이어 한국땅을 밟았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고향으로 가야 했다. 본프레레가 뽑히기 전 UAE 알 아인클럽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던 브루노 메추(역시 캄 소속)가 한국대표팀 감독 후보에 올랐다가 위약금과 고액연봉 요구 파동으로 한 차례 해프닝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성공 뒤 연이은 실패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캄의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캄에게 비판의 날을 세운다는 사실은 결국 정몽준 회장에 대한 지적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와 캄의 긴밀한 관계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부임하는 핌 베어벡이 에이전트사를 교체한 과정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핌 베어벡은 2002월드컵부터 이영표의 에이전트사인 ㈜지센 소속이었지만 상의없이 캄으로 소속을 옮겼다. 캄이 실질적으로 한국대표팀 감독의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이번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 과정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축구협회는 사전에 후보로 거론됐던 감독들 중 어느 누구와도 사전접촉을 갖지 않았고 오직 아드보카트에만 ‘올인’했다. 만약 협상이 잘못되었다면 메추 감독 때처럼 또 한 차례 큰 파동을 겪을 수도 있었다.
그럼 왜 대한축구협회는 캄에게 목을 매는 것일까.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후임 감독을 찾는데 캄으로만 창구를 단일화한 비합리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캄에게 전권을 줬던 메추 감독은 결국 국제적인 망신으로 끝났는데 왜 책임을 묻지 않았는지도 새삼 의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드보카트와 협상을 진행하고 돌아온 가삼현 축구협회 대회협력국장은 “캄은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캄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는 오히려 내게 반문할 정도였다. 한국 언론에 나온 내용을 보고 감독 선임 건을 알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핌 베에벡은 한국으로 오기 위해 에이전트사를 캄으로 바꿨는데 캄이 한국의 감독 선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이같이 불투명한 감독선임 등으로 팬들은 물론 외부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속시원하게 해명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약이라며 버티기 작전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