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배제 뒤 새누리당 당사 소란으로 경찰 연행
지난 7일 서울시 종로구 지역 사무실에서 만난 김막걸리 새누리당 예비후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목이 마를 것 같았다. 사실, 제가 공천배제당한 이유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었다. 답변이 수긍이 안 되면 이 위원장 얼굴에 확 막걸리를 뿌리려고 했다. 그 사람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공천 심사를 타당성 있게 안 했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뿜어서 ‘당신들, 잘못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
—공천배제 당시 심경은.
“(손으로 가슴을 치며) 정말 자살하고 싶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 당의 통보나 연락이 없었다. 3월 4일 저녁 6시경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한구 위원장을 검색해보니까 이 사람이 군대를 면제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저는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했고 아들은 보안대, 제 아버지는 상사로 제대했다.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저승사자가 칼질하듯, 공천을 배제시킨 거다. 공천배제 기준을 알고 싶어 여러 경로를 통해 물어봤는데, 중앙당 사람들이 공천심사위원들과 이 위원장밖에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분들은 만나기 힘든 존재였다. 검은 세단을 타고 왔다갔다하고 차안이 깜깜해서 누가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
—당사에서 굳이 불법적인 행동을 해야 했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원래 제가 새누리당 당원이었고 이번 총선을 위한 예비후보 면접을 봤고 당시 이 위원장이 위로를 해줬기 때문에 찾아가도 될 것 같았다. 경찰에 체포되기 전날인 5일 아침 9시, 처음 당사를 찾았다. 그날도 막걸리를 사서 갔다. 당사 6층에 아무도 없었다. 그 다음날 오전 9시 25분경 당사 6층에 도착했다. 막걸리 네 병을 가방 속에 넣어 가져갔기 때문에 겉에서 보면 알 수 없었다. 당 관계자들이 당사 밑에서 찾아온 이유를 묻기에 ‘공관위원장 보좌관과 통화했다. 약속은 안했지만 위원장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공천배제 뒤 이 위원장 보좌관에게 전화해 경선의 불공정성에 대해 항의했다. 하지만 그 보좌관은 ‘저는 국회 쪽 보좌관이다. 공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막연히 얘기했다.”
—소란 당시 상황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9시 30분경에 당 관계자들이 제게 나가달라고 해서 ‘나는 새누리당 중앙위 사회복지분과 부위원장이고 책임당원이다. 내 집인데 나가라 마라 하느냐, 행패를 부리고 상식 없는 행동을 하러 온 게 아니고 당연히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사전에 고지를 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당 조직국 차장이 와서 ‘다른 분들이 면접에 들어가니까 비켜 달라’고 했다. 그래서 저는 ‘가져온 것을 드리고 내려가겠다’고 하니까, 그분이 ‘가져온 것이 뭐냐, 달라’고 해서 막걸리 두통을 줬다. 이 위원장이 막걸리를 먹고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였다. ”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
“막걸리를 주고 났더니 경찰과 의경을 포함해 스무 명 정도가 왔다. 왕창 왔다. 저를 끌어내리려고 해서 ‘저는 새누리당 중앙위원이고 예비후보로서 면접을 본 사람이다.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고 공관위원장을 만나러 왔는데 왜 당신들이 힘으로 하느냐’며 버텼다. 그쪽에서 다섯 번 정도 경고를 했다는데 그때 제가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얘기하면서 일단 현주건조물침입과 퇴거불응죄로 저를 체포했다.”
—경찰서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일단 저를 지구대로 끌고 갔다. 거기서 간단히 조사를 했고 영등포 경찰서로 갔다. 어떤 의경이 저를 말리다가 다쳤다고 해서 합의금으로 10만 원을 줬다. 영등포서에서 계속 조사받다가 오후 5시 40분쯤에 풀려났다. 경찰이 그 의경하고 저하고 대질심문을 했고 경찰이 제게 ‘당사에 왜 갔느냐. 지금 퇴거불응으로 현행범 체포가 됐기 때문에 조사를 하겠다’며 신상정보를 물어봤다. 저는 ‘공천 과정의 부당성’에 대해 얘기했다. 제가 고의로 의경을 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경도 인정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집행방해죄와 현주건조물침입죄와 폭행죄 등으로 신고했지만 제 주장이 어느 정도 인정됐기 때문에 풀려난 것 같다.”
—공천 면접 분위기는 어땠나.
“답변을 할 때마다 초긴장상태였다. 오세훈 전 시장과 박진 전 의원은 서로 꼭 뭔가 앙금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정인봉 전 의원은 자신의 당협위원장 이력을 내세웠고 저는 기득권층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면접을 잘 본 것 같았다. 면접 전에 이 위원장이 ‘김막걸리 씨’라고 불러 제가 대답을 했더니 이 위원장이 ‘열심히 하세요’라며 위로 차원의 말을 해줘서 조금 더 기대를 했다.”
—면접장에서 후보들이 주로 강조한 점은.
“정 전 의원이 가장 먼저 면접장에 도착했다. 제가 두 번째였다. 박 전 의원이 그 다음 도착했고 오 전 시장이 마지막으로 왔다. 심사위원들이 예비후보들에게 ‘출마 취지’부터 물어봤다. 정 전 의원은 경험을 강조했다. 저는 일어서서 ‘유명세로 포장되고 학력과 경력으로 가공된 사람보다는 서민층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이 자꾸 앉아서 말하라고 했지만 ‘저는 당신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들은 국민을 대표한 심사위원이기 때문에 일어서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이 종로에서 태어난 점을 강조했다. 좀 길게 답변을 했다. 오 전 시장은 더 길게 했다. 답변에는 분명 제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제가 서울시장을 맡았을 당시 가장 종로구를 관심 있게 지켜봐왔다’고 강조하면서 심사위원들이 제지를 하는데도 계속 말했다.”
—공천배제된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공천배제 기준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알지 못한다. 다른 후보들은 스펙이 화려하다.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차라리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상고라도 나왔어야 하는데…. 공천배제 뒤 ‘지원했기 때문에 면접은 봐주겠지만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는데 어디를 끼려고 하느냐’같은 모멸감을 느꼈다. ‘당신은 이래서 배제됐다’고 설명을 하면 제가 수긍을 할 텐데 그런 설명이 없었다. 설명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다면 어제처럼 행동하진 않았을 거다.”
—이름이 왜 김막걸리인가.
“원래 이름은 김우중이었지만 3년 전에 개명했다. 한자로 보호할 ‘막’, 부지런할 ‘걸’ 정리할 ‘리’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면서 열심히 뛰어다녀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이름을 바꿨다. 제 이름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