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초롱(왼쪽), 미셸 위 | ||
미LPGA 오피스데포챔피언십 대회를 보기 위해 LA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내셔낼리티’(Nationality·국적)였다. 윌셔 오렌지카운티 등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LA동네는 마치 한국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호텔 주인도 한국 사람이고 택시도, 간판도 한국 것이 너무 많았다.
골프로 돌아와 보자. 잠깐 들른 LA 인근의 웨스트리지골프장은 주인이 한국인이었고, 총지배인은 친구의 아버지였다. 한국인이 인수한 골프장도 제법 많다고 했다. 한국인을 상대로 한 골프숍도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당연히 한국인들이 참가하는 각종 아마추어골프대회도 자주 열린다.
주니어들은 어떨까. 한국사람들은 골프 교육열이 미국 내에서 최고다. 교민사회에서 누구네 딸, 누구네 아들이 골프를 아주 잘 친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각종 주니어대회는 한국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쓴다고 한다. 이에 자극받은 중국계나 심지어 미국인들도 한국선수에게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볼을 칠 정도다. 제2, 제3의 미셸 위(16·한국명 위성미)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땅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김초롱과 미셸 위는 국적이 미국이다. 한 방울도 다른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서 교육을 받은 전형적인 미국의 신세대다. 부모에게서 한국말을 배웠지만 이들에게는 외국어다. 미국언론과 미국사람들도 당연히 이들을 ‘아메리칸’으로 생각한다.
미LPGA에서는 이제 한국(혹은 아시아)과 미국의 대항전이 열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워낙 한국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난 반면 유럽은 아니카 소렌스탐의 스웨덴을 제외하곤 하향세인 까닭에 새로운 ‘컵’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초롱은 한국대표로 지난해 한·일여자골프대항전에서 뛰었다. 이어 올해는 “꿈에도 그리던(본인 표현)” 솔하임컵 성조기를 가슴에 달았다. 한·일 대항전 때는 “한 번도 한국사람임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고, 솔하임컵 때는 괴성까지 지르며 미국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그럼 미국과 한국의 국가대항전이 열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페이스 페인팅이야 양쪽으로 반을 나눠 태극기와 성조기를 그리면 되지만 정작 어느 팀에 소속돼 뛸 것인가의 문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초롱이 튀는 행동으로 매를 먼저 맞아서 그렇지 미셸 위도 내셔낼리티에 대한 고민은 마찬가지다. 미셸 위가 프로로 전향하면 한·일대항전에 나오려할까. 미셸 위는 이미 지난해 미국과 영국의 아마추어 국가대항전인 커티스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개인의견을 전제로 판단컨대 둘은 절대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주로 미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비자문제 등 번거로움을 자청하면서까지 국적변경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계속 고민일 뿐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