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KAM 먹여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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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축구협회에 출입했던 기자들은 하나같이 아드보카트 신임 감독의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영국의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캄(KAM)과 축구협회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고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의혹으로만 그칠 뿐 물증이나 관계자의 증언이 전무한 상태다. 9월27일 축구협회 관련 국정감사에서도 그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하다가 나중에 조용히 가라앉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려온다. 도대체 캄은 어떤 존재이기에 이렇게 축구협회와 끊임없는 유착설이 제기되는 것일까.
유럽의 에이전트사들은 캄에 대해 ‘뱀’(Snake)이라는 표현을 쓴다. 캄에 대해 정통한 국내 에이전트 A씨는 “유럽에서 에이전트들을 만나면 냉정하게 비즈니스를 한다고 해서 캄을 뱀이라고 부르더라”며 “캄과 대한축구협회의 유착 소문이 축구계에 적잖이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그는 협회와 캄과의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최근의 사례로 지난해 12월19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A매치를 들었다. 그는 “이 평가전이 정몽준 축구협회장과 2006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인 베켄바워 사이, 즉 공식적으로 협회와 협회 사이에서 이미 약속된 경기였음에도 협회가 캄에게 독일 대표팀 초청 비용(약 1백만달러로 추정)의 약 10%(약 10만달러·약 1억원)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굳이 에이전트 개입이 필요 없는 경기에도 협회는 캄을 배려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에 대해 협회는 펄쩍 뛰고 있다. 축구협회는 “독일과 친선전은 캄이 매치 에이전트로 나서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협회는 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캄과는 그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식의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 성사 여부 혹은 외국인 감독 선임 문제가 화두로 꺼내질 때마다 협회의 브랜드처럼 캄이란 꼬리표가 붙어다녔다는 점은 협회로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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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협회가 에이전트사 캄과의 유착설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이회택 기술위원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캄이 축구협회와 관계를 맺은 것은 95년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 꽤 오래 에이전트 활동을 해온 B씨는 “당시 캄은 정몽준 회장의 현대중공업 축구단인 울산 현대의 해외 전지훈련 업무에 관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축구협회와 관계를 맺게 됐고, 96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가 결정된 이후 대표팀 해외 전지훈련이나 A매치 등과 관련한 업무를 독점해왔다”고 귀띔했다. B씨는 “일각에서는 협회의 한 간부가 한때 영국에서 근무했을 때 캄측과 상당한 친분을 나눴고, 그 이후부터 축구협회 해외 업무를 거의 독점하다시피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90년대 후반에도 캄은 단독으로 협회의 국제 업무를 맡았다. 특히 98프랑스월드컵 직전 체코, 자메이카 등 유럽과 남미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성사시킨 이후 캄이라는 이름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을 영입하는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냈으며,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프리미엄을 얻은 탓도 있지만 잉글랜드, 프랑스, 스코틀랜드, 브라질 등 세계 최강들과의 A매치를 순조롭게 성사시키며 세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처럼 캄이 협회의 해외 협상 창구 노릇을 독차지하면서 여타 국내 에이전트들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는 입장이다.
유럽 축구 사정에 밝은 축구인 C씨는 “협회가 유럽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영세 에이전트사인 캄에게 왜 전적으로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C씨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약하고 싶다면 협상 창구를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협회가 여론으로부터 밀어주기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굳이 캄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캄에 대한 얘기를 가까이에서 전해들은 국내 에이전트들 대부분이 협회와 캄과의 관계를 ‘커넥션’격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축구협회는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측은 “캄에 대한 의혹은 단지 소문이 확장된 것일 뿐이다. 아드보카트와 핌 베어벡도 캄 소속이 아니다”면서 캄과 관련된 모든 의혹이 억측과 소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캄 본사도 쏟아지는 한국 취재진의 전화 문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캄측 관계자는 “한국에서 많은 전화가 오고 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은 대한축구협회에 문의하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캄과 축구협회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협회와 캄이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지만 캄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일까.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