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복덩이…일 술술 풀려요”
▲ 지난 16일 일본에서 뛰고 있는 야구선수 이승엽이 부인 이송정씨, 아들 은혁군과 함께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몸매가 그대로다. 비결이 뭔가.
▲아니에요. 아직도 5kg은 더 빼야 하는데 잘 빠지지 않네요. 임신하고 27kg이 더 쪘어요. 병원에서 임신 중독증을 걱정할 만큼 체중이 엄청 불었었죠.
―엄마가 된 소감은.
▲아기가 너무 예뻐서 힘들어 하면 안되지만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낮과 밤이 뒤바뀌는 바람에 보통 고달픈 게 아니에요. 남편이 시즌 중일 때는 혼자 아기보는 일이 많아요. 밤에 잠 안 자고 보챌 때는 지치다 못해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아기가 태어난 이후 오빠(남편) 일이 잘 풀려 ‘복덩이’예요.
―아기가 생긴 후 달라진 점이라면.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모든 게 아기 중심이에요. 오빠도 원정 경기 가면 전화하자마자 ‘은혁이는?’하고 물어요. 난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아 조금 서운할 때도 있죠. 솔직히 아기를 빨리 낳을 생각은 없었어요. 좀 더 있다가 가지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짧은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오빠도 훨씬 안정돼 보이고 책임감도 더 커진 것 같고, 이제야 가정이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실감이 나요.
―운동선수를 내조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외국 생활에서의 내조는 더 어려울 것 같다.
▲삼성 시절 때도 힘들다고 했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비교조차 안 돼요.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오빠가 2군에 내려갔을 때는 속으로 절대 티내지 말고 재밌게 지내자고 다짐했는데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때는 오빠가 다른 사람들 전화조차 잘 받지 않았어요. 너무 괴롭고 힘드니까 사람 만나는 걸 싫어했죠. 무척 속상했고 안타까웠어요. 작년엔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아마 오빠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런데 오빠가 마음을 다잡더라구요. 겨울 동안 열심히 운동했던 게 올해 빛이 난 것 같아요.
―일본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오빠가 30호 홈런을 쳤을 때요. 너무 기뻤고 자랑스러웠어요.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했는데 재팬시리즈에서 우승까지 하는 거예요. 4차전엔 아기가 감기에 걸려 경기장에 못 갔거든요. 남편이지만 야구선수로서의 오빠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일본 가기 전에는 거기서 공부도 하며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겠다고 했는데 학교는 다녔나.
▲아니요. 정신이 없었어요. 오빠가 힘들었으니까요. 그런데 2년을 그냥 보낸 것 같아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네요. 그래서 귀국하기 전에 일본에서 다닐 학교를 봐두고 왔어요. 내년엔 아기 데리고 다니면서 공부해야 돼요. 한때 제가 일본에서 연예계 생활을 할 거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설령 그런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오빠 때문에 감히 다른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도 생겨 혼란스러움이 많았을 텐데 지금은 어떤가.
▲예쁜 옷도 입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은 거의 포기했어요.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다른 생각하는 것보다 남편이 더 좋은 모습으로 활약할 수 있게끔, 그리고 우리 은혁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에만 신경 쓸래요.
―지금 이승엽 선수의 진로 문제가 핫이슈다. 어떤 선택을 하길 바라나.
▲난 야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남편이 하는 대로 따라갈 거예요. 어디에서 생활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오빠가 밝힌 대로 일본에 잔류할 확률이 높을 거예요.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