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TK 방문 앞당겨진 연례행사 놓고 음모론도 돌아
지난 10일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먼저 10일 오전 상황이다.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한 자칭 진박 예비후보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실종(?)됐다는 첩보가 들렸다. 수행비서조차 선거사무실에 덩그러니 남겨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상태였다. 그날 박 대통령은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 이어 ‘스포츠 문화·산업 비전 보고대회’, 그리고 안동으로 가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 퇴장 때 무대의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정 전 장관과 악수를 하게 된다. 개청식에 참석한 다른 현역 의원이나 예비후보들과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여타 예비후보는 다른 줄에 배치됐는데 정 전 장관만 도지사와 교육감이 앉은 그 열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방문 행사의 서열 정비는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정 전 장관이 사라진 이후와 악수까지 어떤 일이 계획됐는지를 두고 정가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악수를 하지 못한 나머지 진박 예비후보들 측은 정 전 장관을 시샘하기도 하고 혼자 살겠다고 배신했다는 말도 했다는 전언이다.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방문한 박 대통령. 동선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지만 무엇보다 신청사 개소식에 꼭 와야 했나, 그리고 대구국제섬유대회는 꼭 와야 했나, 이런 말들이 끝없다.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열린 ‘스포츠문화·산업 비전 보고대회’는 처음 열려 그렇다 쳐도 대구국제섬유박람회는 10여 년 전부터 열리던 행사로 굳이 방문해야 했느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또 도청 개소식도 당초엔 “봄볕이 따뜻한 5, 6월쯤 하자”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었는데 3월 말로 당겨졌고, 다시 3월 초로 앞당겨졌다는 것이 도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떤 힘이 작용해 개청식까지 조기에 열렸느냐는 말도 많다.
여권 관계자는 “언론에서 박 대통령의 TK 방문을 오래전부터 냄새를 맡았다. 그래서 진박 밀어주기 논란이 일었고 모두들 이렇게 언론에서 야단을 치는데 설마 TK를 찾겠나 했다”면서 “하지만 ‘진박 일병 구하기’를 현실화했고 실제 정 전 장관은 악수까지 하며 눈도장을 찍지 않았느냐. 이것이 박근혜 정치”라고 말했다. 야당이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 비판 수위를 높일 텐데도 감행했다는 이야기다.
대구의 공천 발표가 늦춰진 것을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뒤 여론조사를 돌리고, 일부 진박 예비후보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현역들을 컷오프시킬 계획이 아니냐는 말도 정가를 돌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대구 동선이 급조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지역 정가 여론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정치적 고향에 온 김에 여기저기 다닌 것 아니냐는 옹호론부터 진박 예비후보 하나하나를 지원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동선을 짰다는 음모론까지 다양하다. 선거의 여왕이 왕래한 뒤 TK 민심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