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탕 냉탕 휴~ 찐한 경험 했습니다
▲ 김선우 선수. 스포츠투데이. | ||
[김선우]
올 한 해 지옥과 천당을 오간 선수들로는 김선우,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등을 꼽을 수 있다. 마음 고생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지만 그중에도 올해 삶의 기복이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김선우다.
김선우는 작년에 몬트리올서 꽤 괜찮은 시즌(43경기서 136⅔이닝 던지며 17차례 선발로 나와 4승6패에 방어율 4.58을 기록)을 보낸 터라 올해에 큰 기대를 걸었다.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새 집고 짓고…. 올해는 반드시 뭔가를 이루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시작했다. 그러나 김선우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40인 로스터 제외라는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았다.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였다.
그러나 워싱턴의 트리플A 뉴올리언스 제퍼스에서 절치부심하던 김선우는 지난 5월26일 메이저리그로 돌아와 두 차례 선발을 포함, 12경기(29⅓이닝)에서 1승2패 방어율 6.14를 기록하던 중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웨이버 공시가 되며 올해만 두 번째로 버려지자 콜로라도 로키스가 김선우를 영입한 것.
그러나 두 번의 좌절이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셈이 됐다. 이적 후 김선우는 로키스 선발 투수진의 부상 등으로 늘 그리던 선발 기회를 다시 잡았고,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 완투승을 이끌어내는 올해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9월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김선우는 9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생애 최초의 완봉승을 따냈다. 돌아온 홈런킹 배리 본즈를 3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은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쿠어스필드가 개장한 지 11년 동안 5번째 나온 홈팀의 완봉승이었다. 그것도 최소 안타 완봉승으로 말이다. 이 한 게임으로 김선우는 사실상 내년 시즌 선발 한 자리를 예약했을 정도로 본인 야구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
▲ 서재응 선수.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선우의 절친한 친구인 서재응의 오르락내리락도 만만치 않다. 지난 겨울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캠프에서 시원치 않은 성적(시범 경기 3게임 방어율 8.00)을 기록한 서재응은 3월28일 마이너리그행 통고를 받았다. 불과 2년 전 뉴욕 메츠의 신성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다시 힘겨운 마이너 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선발진의 잇단 부상 덕분에 예상외로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4월23일 빅리그로 불려간 서재응은 3게임에서 2승1패에 방어율 2.00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5월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서재응은 7이닝 1안타 삼진 8개에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했다. 그리고 그 경기가 끝나자마자 짐을 챙겨 마이너리그행 비행기를 다시 탔다. 한 시즌에 두 번째 마이너행.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서재응은 마이너리그에서 12게임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소화하며 3자책점 이하 기록)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이어가며 무력 시위를 펼쳤다. 결국 메츠는 부진한 일본인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 대신 서재응을 다시 불러 올렸고, 서재응은 메츠가 실낱같은 포스트시즌의 꿈을 이어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8월7일 두 번째 메이저리그 승격 후 첫 경기에서 시카고 컵스를 7.1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를 챙긴 서재응은 6연승 가도를 이어간 끝에 올시즌 14번 선발 등판에서 8승2패 방어율 2.59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또한 시즌 중반에 부인 이주현씨와 사이에 첫 딸 혜린이를 낳는 경사까지 겹쳐 후반기는 완전히 서재응의 세상이 됐다.
▲ 최희섭 선수 | ||
올시즌 짧은 기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최희섭이다. 6월11일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다저스의 3연전이 시작됐다. 첫 경기 홈런 두 개를 치며 뜨거운 방망이 쇼의 서곡을 울린 최희섭은 이튿날 경기에서 다시 홈런을 터뜨리더니 3차전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다저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홈런쇼는 15일 캔자시스티 커프만 스타디움까지 이어졌다. 최희섭의 4경기 7홈런은 메이저리그 역대 2위 기록으로 1947년 피츠버그의 랠프 카이너가 세운 기록 8개에 1개가 모자랐다.
그러나 이 화려했던 순간들을 제외하곤 최희섭에게 2005년 시즌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타격 부진에 빠진 최희섭은 4월25일 현재 타율 2할에 허덕였다.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최희섭은 5월18일 올해 최고 타율인 3할1푼3리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주전을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추락한 타율은 전반기를 끝낼 당시 2할3푼6리까지 떨어졌다. 짐 트레이시 감독은 아예 최희섭을 반쪽 선수 취급했고, 컨디션을 회복할 만하면 라인업에서 제외시키는 등 들쑥날쑥한 기용도 부진에 한몫을 했다.
결국 몇몇 전투에서 눈부신 승리를 거뒀지만 한 시즌의 긴 전쟁에서는 패하고만 최희섭은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에서까지 마음 고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시 감독 교체의 즐거운 소식도 잠깐,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던 폴 디포데스타 단장이 해고됐다. 그리고 곧바로 1루는 다저스의 취약 지구라는 신임 단장 네드 콜레티의 일성이 있었다.
계속된 트레이드설에 이어 최근엔 넌텐더(non-tender)로 방출설까지 나왔다. 일단 올해보다 두 배가 인상된 72만5천달러에 1년 계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트레이드설은 진화되지 않았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
- ‘민훈기의 야구야그’가 이번 호로 끝마칩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봐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전하며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 올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