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뻐끔뻐끔…담배야? 비타민이야?
“없어서 못 팔아요. 이 근방에서 비타민스틱 구하기는 힘들어요.”
서울시청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46)는 비타민스틱을 구하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그러면서 근처에서 유일하게 파는 곳이 한 군데 있다고 귀띔을 해주기도 했다.
인근지역에서 유일하게 비타민스틱을 판매하고 있다는 약국을 찾아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깔별로 다양한 비타민스틱이었다. 약사는 기자에게 해당 제품이 ‘오리지널’이라며 구입을 권했다. 특정 향이 잘 팔린다고 추천해주기도 했다. 비타민스틱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자담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내용물인 액상물질이 타르나 니코틴이 아닌 비타민 성분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며 비타민스틱을 판매하고 있는 박 아무개 씨는 “아직 많이 알려진 상품이 아니라 이익보다는 매장 홍보를 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비타민스틱이 가시적 효과가 크다”며 “얼마 전 방송에 문제점이 보도가 됐지만 오히려 찾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총판에서 추가주문을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판매점에서도 추가 주문을 하며 뉴스 보도에 따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며칠 전 비타민스틱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언론 보도가 오히려 비타민스틱을 홍보해준 셈이 됐다. 한 생산업체의 판매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800여 군데의 약국 등이 판매점으로 지정돼 있었다.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약국 이외 핸드폰매장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공동구매 사이트에서 여러 가지 맛을 추천하며 사고파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온라인에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가능했다. SNS 상에 사용방법과 구매방법이 세세하게 나와 있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비타민스틱은 액상을 가열해 수증기를 만들어 흡입하는 형태로 전자담배와 비슷하지만 성분에는 니코틴과 타르 대신 비타민이 들어 있어 금연보조제로 불린다. 식약처에서는 연기성분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흡입성 제제는 인체에 대한 영향이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니코틴 등의 유해성분이 없다는 이유로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담배를 피울 때와 마찬가지로 연기가 나기 때문에 청소년 흡연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부 약국에서는 청소년에게 가격을 깎아주며 구입을 유도하고 있기도 했다. 반면 미성년자의 구매를 자제시키고 있다는 약국도 있었지만 이는 약사의 판단일 뿐이다. 청소년에 대한 비타민스틱 판매 금지 조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 약사들은 비타민스틱의 부작용을 우려해 판매를 중단했다. 한 약국 관계자는 “약국에서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 식약처에 인증을 받은 것도 아니고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납품을 그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일반 공산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더라도 환불 이외의 보상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비타민스틱과 같은 품목이 없었기 때문에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 식약처는 10월부터 비타민스틱을 흡연습관개선보조제라는 명칭으로 지정하고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안전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에 따르면 식약처 지정 의약외품은 생리대, 마스크, 구취방지제 등 총 1호에서 3호까지 분류된다. 비타민스틱은 이 가운데 흡연습관개선보조제에 포함된다.
비타민스틱을 가장 먼저 개발한 미국 본사에서는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비타민을 수증기 형태로 흡입하도록 만들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 개발돼 판매를 시작했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까지 유명세를 떨쳤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자회사가 설립돼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미국보다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팔고 있어 9000원에서 1만 원에 팔리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국산으로 생산돼 조금 더 비싼 1만 5000원 안팎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찾는 이들이 늘면서 절반도 안 되는 저가에 유사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국내에서 비타민스틱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의 대표는 “수요보다 공급이 적어서 납품받지 못하는 약국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로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고 있고,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 후기를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