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 삼성 ‘반토막’ 기아 성적도 ‘극과 극’
# 삼성 라이온즈 ‘지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삼성의 2004년 예산이 4백억원 이상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이 액수는 다른 구단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다.
삼성은 연봉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올해 신인과 외국인선수를 제외한 연봉 총액은 53억8천3백만원. 8개 구단 통틀어 최고를 기록했다. 2위인 LG(38억9천8백만원)와는 약 15억원의 차이가 난다.
당연히 선수 평균연봉도 삼성이 톱이다. 1억2천8백17만원으로 평균연봉 꼴찌인 기아(6천4백71만원)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2위 현대가 8천2백35만원, 3위 SK가 8천33만원이다. 최고 연봉 선수도 삼성 소속이다. 기본 연봉이 7억5천만원인 삼성 심정수가 주인공이다. 2004년 말 삼성과 FA 계약을 할 때 심정수는 플러스-마이너스 옵션을 걸었다. 심정수가 성적에 따른 옵션을 모두 채울 경우엔 연봉이 10억원으로 늘어난다.
선수가 아닌 삼성 프런트 직원의 연봉은 어떤 수준일까.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구단 직원들은 “삼성그룹의 전체 계열사 중에서 중상위권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 해태서 기아로 바뀌니
90년대 중후반의 해태는 대표적인 ‘스몰 마켓 팀’이었지만 의외로 연봉 총액에서는 다른 구단에 앞서는 편이었다. 우승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해태 시절 무려 9차례나 한국시리즈서 우승했기 때문에 소폭 인상이 여러 차례 쌓이면서 선수들의 연봉은 타 구단에 비해 많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기아 타이거즈로 넘어와선 얘기가 달라진다. 2001년 창단 후 매번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선수들의 평균 연봉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타이거즈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꼴찌를 한 뒤 올해 평균 연봉이 8.3%나 깎였다.
평균 연봉 인상률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구단은 기아가 유일하다. 6천4백71만원의 평균 연봉은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돈 안 쓰기로 유명한 롯데 자이언츠(7천8만원)보다도 적다.
지난해 기아의 평균연봉은 7천54만원으로 8개 구단 중 4위였다. 올해 최하위로 떨어졌으니 꼴찌 후폭풍이 크긴 컸다. 한편으로는 그룹 내부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거즈의 모그룹인 현대 기아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 때문에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이다. 돈을 타서 쓰는 처지인 타이거즈는 몸을 사리고 2006년 예산을 30% 줄이기로 했다.
평균 연봉 인상률에선 한화 이글스가 32.9%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5천5백46만원에서 순식간에 7천3백69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인식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뒤 첫 시즌부터 종합순위 3위에 오른 덕분이다. 성적이 연봉을 결정짓는다는 단순 논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삼성은 연봉 총액 53억8천3백만원을 기록해 8개 구단 중 최고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선동열 감독 | ||
선수는 더 받으려하고 구단은 조금이라도 깎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구단측이 앞장서서 선수에게 덜커덕 대박 계약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롯데 손민한은 지난해 연봉 1억8천만원이 올시즌에는 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무려 2억2천만원이 올랐다. 지난해 다승왕과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공적을 감안해도 122%의 인상률은 의외다. LG 이병규도 연봉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두산 김동주의 연봉은 3억2천만원에서 4억2천만으로 변했고, 같은 팀 박명환 역시 2억6천만원에서 3억7천만원으로 올랐다. 이들 모두 1년 뒤 FA가 되는 선수다. 보상금 제도를 의식한 구단에서 일찌감치 안전장치를 걸어놓은 셈이다.
선수 입장에선 순간적으로 달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FA가 됐을 때 팀을 옮기고 싶어도 거액의 보상금 제도 때문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있으니 어떤 면에선 족쇄이기도 하다.
특정 기록을 위해서 혹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구단간에 ‘연봉 올려주기 경쟁’을 하는 희한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02년 2월1일 아침 8시. 각 언론사에는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중인 이승엽(당시 삼성)이 4억1천만원에 연봉계약을 했다’는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당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연봉이었다.
그러나 이 최고액 기록의 수명은 겨우 한 시간이었다. 오전 9시쯤, 이번엔 하와이에서 기아가 이종범과 4억3천만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최고액 연봉의 영예는 이승엽에서 이종범으로 옮겨갔다. 선수 자존심을 세워주려는 구단간 눈치작전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지난해 신인왕이자 한국시리즈 MVP인 삼성 오승환은 연봉이 2천만원에서 6천5백만원으로 무려 225%나 상승했다. 역대 최고 인상률 기록이다. 특A급 고과를 받은 오승환에게 대박을 안기자는 뜻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팀 권오준이 갖고 있던 212.5% 기록을 넘어서는 진기록을 만들어주고픈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 양키스 연봉 비교하면
올초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지난해 빅리그의 평균연봉은 2백34만9천달러. 한국 돈으로 약 22억9천만원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올해 평균연봉 8천58만원과 비교하면 대략 28배에 달한다. 물론 프로야구의 역사와 시장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구단 중 뉴욕 양키스가 연봉 총액만 2억7백15만달러(약 2천19억원)로 2위인 보스턴 레드삭스(1억1천6백64만달러) 보다 무려 9천만달러 많았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8개 구단의 연봉 총액이 2백98억9천5백30만원이다. 따라서 양키스 한 팀의 연봉 총액이면 한국 프로리그를 7개팀 정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이라 할 수 있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연봉 총액도 2천6백61만달러(약 2백59억원)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최고 인기팀인 요미우리의 지난해 연봉 합계가 47억2천52만엔(약 3백80억원)이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