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수원FC 염태영 구단주(오른쪽)와 성남FC 이재명 구단주가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염태영 시장과 이재명 시장, 두 분이 K리그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서로에게 견제의 글을 남기면서 축구팬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됐다. 두 분은 이전부터 특별한 친분이 있었나.
염태영 수원FC 구단주(염): “이재명 성남시장과는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젊은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단체장이 되고 나서도 수시로 전화통화 등을 통해 정책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이 시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깃발더비가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K리그도 재미가 있어야 팬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축구장으로 팬들이 오실 거라고 생각했다.”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이): “염태영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기도 하고 지향하는 바도 비슷하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이런 내기하면 아무리 축구가 전쟁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진짜 싸움난다. 특히 폼 잡지 않고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계속 만들려고 하려는 데는 서로 잘 통한다. 시장이 품위 지켜야 한다, 어쩌고 하는데 이런다고 품위가 손상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가볍고 재미있어야 즐겁다. 스트레스 풀러 경기장 왔는데 무겁고 권위만 세우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재미가 있고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모인다. 이런 이벤트가 스토리가 되고 이래서 두 도시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분 모두 지난 주말 K리그클래식 개막전에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구단주를 맡기 전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았나.
이: “원래 축구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일화 축구단을 의무감에 인수했다가 지금은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 관심이 없을 때는 축구장 ‘직관(직접관전)’은 생각도 안 했는데 한 번, 두 번 가다보니까 직접 보는 경기가 정말 재미있더라. 홈경기 거의 다 가고 원정 경기도 찾아다니고, 전지훈련도 쫓아가고 있다. 요즘은 집사람이랑 밤에 유럽축구도 찾아본다. 지금은 팀을 운영하고 새롭게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신이 난다.”
염: “수원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축구의 역사를 가진 도시 수원에서 살아 축구 대한 애정이 있다. 수원은 2개의 1부 프로축구팀과 1개의 여자축구단이 있을 정도로 축구열기가 뜨겁다. 그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이에 나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당연히 높다.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팀의 경기는 시간이 되는대로 직관하려고 노력한다. 구단주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구단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다만 소리 없이 움직여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거다. 수원FC가 ‘막공’ 스타일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 때문에 축구팬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
사진=염태영 수원FC 구단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있나.
염: “수원FC와 수원블루윙즈의 모든 선수들을 좋아한다. 특히 수원FC의 용병 블라단과 골키퍼 박형순을 좋아한다. 블라단은 벌써 수원FC에서 3년째 뛰고 있다. 성실함이 돋보이고 한국문화에도 잘 적응해 한국선수보다 더 한국스러운 선수다. 박형순 골키퍼는 믿음직하다. 특히 박형순은 내가 경기장을 찾은 날 슈퍼세이브가 더 많다고 한다. 오늘 성남FC와의 경기에서도 기대가 크다. (웃음) 또한 수원블루윙즈의 주장으로 나와 같은 ‘염 씨’이기도 한 염기훈과 수원의 대세 권창훈을 좋아한다.
이: “구단주니까 당연히 우리 선수들을 가장 좋아한다. 새로 영입한 티아고 선수에게는 농담 삼아 귀화 권유까지 할 정도로 선수들 분위기가 좋다. 선수들과는 문자로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다.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성남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준 황의조 선수도 그렇고, 주장으로서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김두현도 좋아한다.”
-한국축구에서 시민구단은 시장이 구단주를 맡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구단주이기 앞서 정치인이다. 축구구단 운영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 구단주로서 구단 행정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나.
이: “정치인은 누구나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 저는 대놓고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 다만 정상적인, 좋은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단운영을 잘해서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실력을 발휘해서 인정받는 것, 그런 게 진짜 큰 이익이다. 처음 시민구단을 만들 때 내가 정치적으로 개입해 구단이 망가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다른 시민구단들도 다 그렇게 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면 성과가 나올 거라 믿었다. 그래서 보란 듯이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외압을 막는 데만 주력했다. 학연·지연 등 낙하산이 없어지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 열정과 자부심이 생기고 경기력 향상으로 연결된 것 같다. 실력만이 지배하는 풍토가 되며 확실히 경기가 재밌어졌다. 이제는 ‘구단 운영하는 것 보니까 잘한다. 다른 것도 믿을 만하다’라고 실력을 인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이런 게 훨씬 더 큰 이익이 아닐까.”
염: “구단주로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운영철학을 갖고 있다. 다만 시민들의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시민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갖고 구단직원들과 선수들이 지역사회에 스며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밀착형 사업모델 발굴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수원시민들이 수원FC가 ‘우리팀’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만 사무국은 철저하게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만 초점을 맞췄다. 선수단은 전적으로 조덕제 감독에게 일임하고 있다.”
-이번 트위터에서 처음 설전을 벌인 것은 용병영입이었다. 성남FC와 수원FC는 시민구단으로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의 용병을 영입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단주로서 용병선수 영입은 구단의 전문가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편인가.
염: “수원FC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전적으로 구단과 감독이 책임을 가지고 영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원FC가 용병을 잘 영입한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어서 구단에 어떻게 영입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많은 자료를 보고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해서 우리 구단에 최선의 선수를 선별한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선별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국 문화와 스타일에 잘 적응하는지, 나이, 연봉, 부상유무, 최근 경기실력, 가족사항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선수와 면담해서 최종적으로 수원FC에 적합한 선수를 영입한다고 하더라. 숨은 진주 같은 선수들을 찾아내는 조덕제 감독과 구단스태프들의 공이 크다.”
이: “외국인선수도 당연히 선수의 일원인데 구단주가 넣어라 빼라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밀실·비공개가 아닌 공개 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해 왔고, 선수강화위원회를 구성하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왔다. 우리 팀은 선수 영입을 강화위원회를 통해 모두 표결로 정한다. 누구 한 명도 독점적 권한을 갖지 않는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얘기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거부권을 갖는 시스템이다. 예산이나 비용 관련해서는 내가 제한을 주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영입한다.”
사진=이재명 성남FC 구단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이: “메시나 호날두를 데려오면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축구는 절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지난 시즌 우리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함께’였기 때문이지, 누구 한 명이 특출 나게 잘 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전에 청춘FC 선수 중 발전 가능성이나 잠재력 있는 선수를 영입해 보려 한 적이 있었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펼치고 있던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힘이 되고 싶었다. 이는 시민구단이 해야 할 공익적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류 선수 한 명을 영입하는 것보다 축구 ‘미생’들, 또 어린 축구 ‘꿈나무’들에게 희망과 기회가 있는 구단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염: “욕심 같아서는 수원의 3성(화성·삼성·박지성) 중 하나인 박지성이다.(웃음) 특별히 영입하고 싶은 선수보다는 수원FC의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탐낼 수 있도록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