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으로! 선수로! “신고합니다”
▲ 지난 15일 경찰청 야구단의 훈련 모습.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연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서울경찰청수련원을 찾았다. 연병장(?)에서는 야구 선수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 중이었다. 캐치볼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흰색 유니폼에는 ‘폴리스(Police)’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프로 선수로 보기엔 아직 어려 보이는 이들은 지난해 프로선수 54명, 아마추어(대학) 선수 51명 등 총 105명의 지원자 가운데 공개 테스트를 통과하며 선발된 25명의 ‘경찰청 야구단’ 선수들.
프로 1, 2군을 오간 경험이 있거나 여전히 기대주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낯익은 얼굴들이 제법 보였다. 모자를 벗으면 누구 하나 예외 없는 밤톨 모양의 신병 헤어스타일이 선수 이전에 그들의 속해 있는 또 하나의 신분을 말해 주는 것 같다.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한 선수는 ‘의무경찰순경’ 신분으로 현역 육군과 동일하게 24개월을 복무하게 된다.
야구하는 경찰은 부드럽다
현재 야구단은 수련원 축구장을 개조해 임시 훈련장으로 활용하고 복지관을 선수단 숙소로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야구장은 6월이나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훈련을 지켜본 선수단의 분위기는 다소 지루하고 지칠 수 있는 체력 훈련임에도 중간 중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소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을 신병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물음표가 그려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이 의문에 대해서 김용철 감독은 “경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더욱 훈련은 즐겁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라는 걸 훈련이나 시합할 때도 너무 의식하면 경직되어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만 훈련 시작과 마무리를 거수 경례와 함께 “쏴아~”라는 독특한 구호를 외치는 그 짧은 순간은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모습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일단 부상 없이 나가보자
라형진(삼성) 김태완(LG) 조인신(롯데) 최진행(한화) 송수근(SK) 이경환(두산) 등 프로 1군에서 잠깐이라도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25명의 선수층은 얇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보니 서로 몸 관리를 철저하게 배려하는 분위기다.
김용철 감독은 “어렵게 창단했고 시합은 이기는 게 맛이지만 1년 동안 25명 선수로 꾸려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부상 없이 운영해 가려고 한다”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선수들이 ‘생각하는 야구’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선후배도 모두 같은 기수?
나이보다 기수로 선후배의 서열이 갈리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군대다 보니 따지고 보면 야구단 선수들도 모두 같은 기수가 되고 만다. 원칙대로라면 입대 전까지 형, 동생으로 호칭하는 사이라도 기수에 따라 서열이 바뀔 수도 있지만 야구단이라는 특성상 나이순이라는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는 것으로 교통 정리가 되었다. 김태완(LG)은 “설거지나 빨래를 막내만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매번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는 10개 구단 중에 최고일 것”이라며 은근히 야구단을 자랑했다.
나이 때문에 라형진(삼성)은 논산훈련소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갖고 있다. 77년생인 라형진이 상당히 늦게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편이다 보니 담당했던 중대장은 79년생으로 두 살이나 더 어렸던 것.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중대장은 라형진의 2년 후배인 조용준(현대)과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이 인연으로 지금은 좋은 형, 동생으로 지낸다고 한다. 물론 라형진이 형 대접을 받는다.
상무와 라이벌이라는 시각
KBO는 경찰청이 상무와 함께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슈가 없는 2군 경기에서 경찰청과 상무의 경기를 고연전으로까지 비교하며 라이벌로 바람을 잡아가고 있다.
김용철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아는지 “상무 김정택 감독과 어제 술 한잔 하면서 이러다가 원수지간이 되겠다고 걱정했다”면서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것 같은데 특수 관계의 두 팀이 서로 공생해야지 경쟁 관계로 치달으면 서로 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