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브라질 라인’ 우리도 해볼 만
▲ 이동국의 부상으로 포메이션 변화가 불가피하다. 원톱을 내세우고 박지성 박주영을 미드필드로 불러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도 실험해 볼 만하다. | ||
포메이션이라는 개념은 사실 한때 축구를 좀 안다는 사람들조차 축구 전술의 한 고정적 형태로 인식해 왔다. 즉 4-4-2, 4-3-3, 3-5-2, 4-3-1-2 등의 형태가 곧바로 어떤 고유한 전술 형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히딩크 감독이 그런 난센스를 제발 입에 담지 말라고 언론에 부탁하기 이전 우리나라 허정무 감독이 “축구의 포메이션은 하나의 형태일 뿐이지 고정된 전술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똑똑하게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지금에 와서는 3-5-2라고 스위퍼 시스템으로 단순화할 수 없으며 4-3-3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약스를 흉내내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물론 대개의 경우 각 포메이션이 어떤 전형적인 형식의 공·수 스타일을 나타낸다고 예상할 수는 있다. 특히 스리백이냐 포백이냐는 수비로부터 미드필드와 공격을 어떻게 엮어 나갈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개념은 소위 윙백이라는 것인데 윙백은 통상 중앙 수비수가 스리백으로 설 때 날개형 공수를 맡는 측면 미드필더를 뜻한다. 그러나 포백이란 4명 모두 풀백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윙백의 기능만 존재할 수 있지 윙백이란 포지션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좀 어렵지만 독자들은 이 점에 유의해 주기 바란다. 또한 종종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는 중앙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끌어내려 5명으로 진을 치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다고 뚫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히딩크 감독은 이와 같은 유연한 수비 변환을 우리 대표팀에 이식시키려 했지만 이상하게 포백이면 지고 스리백이면 이기는 경기 결과 때문에 결국 거의 스리백으로 일관했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다양한 실험을 위해 그토록 잘 안되던 포백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즉 포백 자체가 어떤 고정적인 형태를 띠는 것이 아니고 포백을 취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전술을 고안해 낼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대표팀의 최진철 말대로라면 80%의 완성도를 이루고 있단다.
그럼 공격수는 어떤가. 대개 투톱을 내세울 경우(사실 이 표현은 콩글리시다. 영어로는 two strikers up front로 표현한다) 주 득점은 이 둘이 다 하게 된다. 저 유명한 호마리우-베베토는 94년 월드컵 때 브라질 대표팀의 11골 중 8골을 넣었다. 세리에A 97-98시즌 유벤투스의 델 피에로와 인자기 투톱은 리그와 컵 경기 모두 통틀어 둘이서 50골 이상을 넣었다. 2002년 월드컵 때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는 브라질의 18골 중 13골을 득점했다.
원톱인 경우는 스트라이커의 기량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대개 다른 윙포워드나 미드필더들과 득점을 나누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98-9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은 원톱에 미드필더 6명을 세우는 3-6-1 시스템을 동원했다. 따라서 이런 팀에는 센터포워드가 기본 득점도 많이 못할뿐더러 득점왕이 되기가 무지 어렵다.
2004-2005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첼시는 올해도 역시 드록바를 원톱으로 유지하는 전술형태를 고집했는데 놀랍게도 팀내 득점왕은 여전히 공격형 미드필더 프랭크 램퍼드였다. 첼시 같은 전술 형태에서는 AC 밀란의 셰브첸코가 아닌 이상 센터포워드에 누굴 세워도 다득점하기가 쉽지 않다.
미드필드 중심의 레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 80년대 우고 산체스나 90년대의 사모라노 이후 리그 득점왕은 라울과 호나우두밖에 없다. 그토록 스타플레이어가 넘쳐나는 이 팀에서 20골 이상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역시 미드필드 중심의 아스널이 티에리 앙리를 2년 연속 리그 득점왕으로 올린 것도 이 팀의 윙 플레이가 크로스가 아닌 페널티박스 침투형임을 생각하면 대단한 실적이라 칭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공격라인을 어떻게 꾸며야 할까. 우리 팀은 그간 투톱을 해 보니 번번이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결국 원톱으로 정형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50일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포워드들의 행보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기회가 되니까 말이다.
그래도 내 생각엔 원톱에 안정환(조재진), 왼쪽 설기현, 오른쪽에 이천수, 원톱 밑에는 박주영과 박지성이 나란히 중앙공격과 미드필드를 장악케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어디하고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1970년 월드컵 우승 당시 브라질의 공격 라인을 떠올려 보자. 라이트 윙 자일징요, 레프트 윙 리벨리노, 원톱 토스타오, 그 뒤에 펠레와 게르손. 한국은 브라질이 아니지만 박지성과 박주영의 다재다능한 측면을 백분 활용하려면 일단 이 시스템을 실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2002월드컵 축구대표팀 미디어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