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여도 ‘황금알’ 낳을 확률 20%
반대로 따져보자. 2010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와 2011년 연예계에 첫 발을 디딘 그룹 B1A4를 보유한 소속사는 약 4년 만에 사옥이 생겼다. 인피니트와 B1A4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어떤 그룹이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번 성공하면 일반인들이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 돈을 삽시간에 벌게 된다. 이를 알기 때문에 부나방처럼 뛰어들어 신규 아이돌 그룹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들을 론칭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피니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사진제공= 울림엔터테인먼트
5인조 그룹 A. 이 그룹이 첫 앨범을 낼 때까지 소속사가 투입한 비용은 약 12억 원이다. 평균적으로 연습생 기간만 2년이 걸렸다. 2년 동안 숙소 임대료를 비롯해 식비와 안무, 보컬 트레이닝 비용만 7억~8억 원이 들었다.
막상 데뷔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하자 지출되는 비용은 더 많아졌다. 유명 작곡가의 노래를 받고 안무팀을 붙여야 한다. 의상 콘셉트를 잡고, 활동할 때 필요한 의상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데만 1억~2억 원이 금세 깨진다.
그리고 드디어 무대에 오르게 됐다. 출연료를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A는 마이너스다. 솔로 가수도, 5인조 아이돌 그룹도 신인 가수가 1회 출연하며 받는 돈은 30만 원 정도다.
하지만 5명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무대용 의상도 매회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식비도 만만치 않다. 2분 남짓한 무대를 꾸미기 위해 하루 내내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을 거치며 대기해야 한다. 그 사이 드는 비용은 최소 300만 원이다.
한 가요기획사 실장은 “요즘은 그룹의 멤버수가 크게 늘었다. 10명 안팎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의 경우 대형 리무진도 2대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할 때마다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지출된다”고 전했다.
가수들에게 직접 투입되는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가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홍보가 필수적이다. 70분 분량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약 20팀. 이 중 10위권에 포진한 10팀과 컴백하는 가수, 왕성히 활동 중인 기성 가수들을 제외하면 신인 서너 팀 정도만 출연 기회를 얻는다. 각 팀당 주어지는 시간은 2~3분. 이 기회를 얻기 위해 홍보 매니저는 6개월~1년 전부터 얼굴 도장을 찍는다. 월~화요일에는 각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담당 PD를 만나 ‘출연권’을 따내는 일명 ‘페이스 타임’이 있다. 때문에 주초 방송사 앞 커피숍은 출연 기회를 얻기 위해 PD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정보를 교류하는 매니저들이 바글바글하다.
기자들도 챙겨야 한다. 인지도를 얻기 전까지 숱한 기사들이 쏟아져야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 자료만 낸다고 기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각 매체 담당 기자들을 만나 끊임없이 접촉하며 친분을 쌓아야 데뷔나 컴백 시기 때 기사가 나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인기 걸그룹 AOA는 지난해 데뷔 3년 만에 회사로부터 정산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한 중견 기획사 대표는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날 선 기사로 인해 단박에 이미지가 망가질 수 있다”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평소에 수시로 언론과 접촉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홍보 매니저의 필수 역할이다”고 말했다.
데뷔하자마자 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SM, YG, JYP와 같이 유명 기획사가 선보이는 신인의 경우 기대감이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인을 띄우는 과정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대표는 “첫 실패에 실망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반응이 없다고 포기하면 약 15억 원이 공중 분해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앨범을 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차기 앨범을 내려면 또 다시 약 5억 원이 투입된다. 긴 연습생 기간은 없지만 그 외 비용은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래서 그룹 1개 팀이 뜨기까지 필요한 투자금은 약 20~30억 원. 웬만한 사람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3년 사이 쓰는 셈이다.
지난해 말 걸그룹 AOA가 데뷔 3년 만에 회사로부터 정산을 받았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AOA가 3년간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투입된 비용을 감안하면 지난 3년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타 그룹들과 비교해 꽤 빠른 행보다.
이 대표는 “그룹이 해체될 때까지 투자금을 회수 못하는 그룹이 허다하다”며 “손익분기점을 맞추면 투자자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 각 멤버들도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 투자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요즘은 연예기획사들도 상장하거나 거대화되면서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기도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비(非)연예기획사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해외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차이나 머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의 투자자라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투자한 그룹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며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