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책으로 쓰면 ‘대하소설’
▲ 롯데 이대호 | ||
거포 호세가 빠진 롯데 타선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프로 2년차 이대호는 창백하리만치 하얀 얼굴과 함께 항상 밝고 쾌활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귀공자 스타일의 외모와는 달리 아무도 보지 않을 때면 순간적으로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질 때가 있다. 바로 가족을 생각할 때면 그렇다.
그는 어렸을 적 일찍 아버지를 여읜 데다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버려 줄곧 작은 아버지 집에서 자랐다. 올시즌 개막 뒤 비로소 ‘솔로’를 선언했지만 그 직전까지 작은아버지의 슬하에서 살았다. 평범치 않은 가족사가 있다고 해도 그의 얼굴에서 우울한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팀이 꼴찌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의 방망이만은 3할대의 고감도 타격을 보여주며 호시탐탐 신인왕을 노리고 있기 때문.
올시즌 기아돌풍과 함께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슈퍼 루키’ 김진우도 어린 나이에 감당키 힘든 상처를 안고 있다. 그는 지난해 중순 기아(당시 해태)에 1차 지명되면서 계약금으로 무려 7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돈이 화근이 됐다.
그 돈으로 건물을 지어 알콩달콩 살아보자던 부모는 지난해 11월 신축공사장에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떨어져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그럼에도 김진우는 씩씩하게 볼을 뿌려 초반 3연승을 질주하며 신인돌풍의 핵으로 자리잡았고,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기아 김진우 | ||
그뒤 대전고 코치를 거친 그는 지난해 말 연습생으로 또다시 한화에 입단해 선수유니폼을 입었다. 올시즌부터 당당히 선발의 한 축을 맡은 그는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승리투수가 됨으로써 95년 4월19일 이후 무려 7년 만의 승리를 기록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말 LG에서 방출돼 올시즌두산으로 옮겨 펄펄 날고 있는 최경환도 인생살이가 간단치 않다. 90년대 초반 경희대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거의 원대한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좌절하고 돌아와 2000시즌 LG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지만 그해 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또다시 방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다행히 올해 ‘의리의 사나이’ 두산 김인식 감독이 하릴없는 그를 거둬들이면서 뒤늦게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 규정타석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3할대의 타율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경선 스포츠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