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전북 정치권의 시선이 ‘전주을’에 쏠려 있다. 이 지역에서 농림수산부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운천(62. 사진) 후보가 지난 20년간 새누리당에게 철옹성이었던 전북 의석을 차지할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대구와 전남에 김부겸, 이정현이 있다면, 전북에는 정운천이 4.13 총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려는 도전자로 부각되고 있다.
전북은 새누리당에 20년 동안 당선자를 내지 못한 불모지지만 정 후보는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2010년 전북도지사로 첫 도전해 참패했지만, 4년 전 총선에서 35%의 높은 득표율을 올려 가능성을 보였다.
정 후보는 당시 46.9%를 얻은 더민주 이상직 의원에게 패했지만 여당 후보로서는 전북에서 이례적인 35.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연말 한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이내지만 현역 의원을 앞서기도 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야권분열이라는 변수도 첫 여당 의원 탄생 가능성을 높인다.
더민주에서는 최형재(52) 노무현재단 전북지역 공동대표가 현역 이상직 의원을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장세환 전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직을 거머줬다.
야권의 두 후보가 ‘당’을 중시하는 지역 여론을 등에 업은 데다 탄탄한 지역기반으로 각각 만만찮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야권표 분열이 극에 달해 정 후보의 어부지리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강봉균 전 장관이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것도 ‘외로운 섬’격이었던 정 후보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분 단위 일정을 소화하며 전주에서 지역주의를 넘는 역사를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 후보는 “호남 정치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며 총선 포부를 밝혔다.
”당에 상관없이 지역발전을 위해 힘 있게 일을 잘할 후보가 선택받고 못 하면 가차 없이 심판받는 것을 입증해보이겠다. 그동안 변방에서 전북발전을 제가 거둔 성과를 지역주민들에게 평가받고 20대 총선에서 당당히 승리하겠다.” 호남 선거는 당만 잘 선택하면 ‘만년 부전승’이라는 기존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다는 의미다.
정 예비후보는 무엇보다 ‘야권분열’의 유불리를 떠나 지역발전론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낙후된 전북을 어떻게든 살려야되겠다는 도민들, 시민들의 마음이 지금 우러나고 있다. 그래서 중앙으로의 통로, 또 다리를 놔서 중앙 행정부의 예산을 적극적으로 크게 따오겠다는 생각이다.”
정치 공학적 셈법보다는 ‘전남이 여당 의원을 뽑아 지역발전을 앞당기지 않았냐’며 ‘전북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의 ‘대기업 전북 유치론’ 설파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삼성 뿐만 아니라 LG, SK등 대기업 회장을 만나 그들이 전북투자를 결심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면서 “전북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체 노조위원장들과 함께 전북기업유치위원회를 만들겠다.” 삼성 등 대기업을 전북에 유치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 후보의 진심어린 호소에 민심의 변화 흐름도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주의 김성철 (전주시 완산구) 씨는 “기업과 중앙정부의 통로가 생겨 대기업 유치를 통해 전북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선 이번에는 전북에서도 여당의원이 탄생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철옹성을 쉽게 허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유권자들이 ‘후보’보다 ‘당’에 먼저 눈길을 주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주의 한 유권자는 “지역발전을 위해서 새누리당에 표를 줬으면 하는 의견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우리 호남을 괄시하는 그런 부분도 있어서 표를 주기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혼란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결국 전북에서 제2의 이정현이 탄생할지 여부는 여당에 민심의 변화여부와 막판 표쏠림 현상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적진’ 한가운데서 극적인 드라마를 쓰겠다며 바닥을 누비는 정운천 후보. 그의 도전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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