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말 스포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부를 만한 집안과 라이징 스타가 있다. 바로 이달 초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PAVV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박희영(19·이수건설)이다.
먼저 박희영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일찌감치 ‘제2의 박세리’로 불려온 기대주다. 국가대표를 거쳐 2004년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1승과 함께 KLPGA 신인왕을 차지했다. 한 골프전문잡지의 조사 결과,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골프선수 중 스윙이 가장 완벽하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올해도 연초 아시안투어에서 2승을 올린 데 이어 개막전에서 또 우승을 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미LPGA를 석권하고 있는 한국여자골프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올 초 한영외고를 졸업한 박희영은 연세대 교육과학대 사회체육학과에 진학, 공부하는 선수로의 꿈도 함께 키워가고 있다.
집안을 살펴 보자. 박희영의 친할아버지는 한국 체육학의 거목인 박길준 옹(88)이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서 교편을 잡으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아버지 박형섭 씨(45)도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와 현재 대림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골프지도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데 프로를 능가하는 장타로 유명하다. 박희영까지 3대가 체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박희영의 동생 박주영은 2005년 언니의 영향으로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지만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하며 아마추어 골프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박희영이 소문난 장타자인데 오히려 비거리는 동생이 훨씬 더 나간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한국 최고의 체육학 집안이다 보니 분위기가 좀 다르다. 박형섭 교수는 “아버님 지론이 운동보다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운동만 잘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또 운동을 통한 인격체 형성을 강조합니다. 뭐 현실적으로도 저나 아버님이 운동을 한 까닭에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많은 격려를 해줍니다”라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박희영에 대한 평가는 어디서나 좋다. 선후배들이 좋아하고 스폰서나 골프계 관계자들이 높은 점수를 아끼지 않는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기 스윙을 하는 게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희영의 꿈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최고를 거쳐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로 우뚝 서는 것이고 이후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프로 골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혜택과 필드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도층의 사회에 대한 고귀한 책임 의식을 말한다. 박희영과 그 가족이라면 한국의 스포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완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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