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박사모 차가운 우민회 “우리가 제2 노사모”
▲ 박근혜 대표(왼쪽), 고건 전 서울시장.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 ||
노사모의 성공 이후 많은 정치인들 주변에 ‘~사모’식의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대권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권주자들의 팬클럽도 저마다 ‘제2의 노사모’를 자처하며 2007년 대선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권주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나설 것이다. 이들 팬클럽은 과연 ‘제2의 노사모’가 될 수 있을까. 대권주자 팬클럽의 현황과 활동상을 들여다봤다.
대권주자들의 팬클럽 중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박사모’다. 박사모는 지난 5월 박 대표 피습사건 이후 특히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04년 3월 결성된 지 2년여 만에 회원 수가 4만 명을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박사모는 지난해 3월 실시된 한나라당 책임당원 모집에 집단 입당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오프라인 모임에도 적극적이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 때도 박사모는 박 전 대표와 동선을 같이하며 응원을 보냈다.
5·31 지방선거 기간 중 박 전 대표가 피습을 당하자 가장 기민하게 움직인 것도 박사모였다. 범인 지충호 씨가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때 박사모 회원 50여 명이 몰려가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때 지 씨의 수사과정을 지켜보던 일부 회원들은 출입이 제한된 조사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경찰 조서까지 베껴 나와 기자 대신 취재하고 브리핑까지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듯 ‘박근혜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박사모에 대해 박 전 대표 또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간여할 수는 없지만 박사모의 격려가 내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박사모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순수하게 박근혜 전 대표를 짝사랑하는 사람들로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는 없다. 2007년 대선이 끝나면 회칙에 의해 자동 해체할 것이다. 우리를 노사모와 비교하지 말라”며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경계를 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이 박사모만 있는 건 아니다. ‘희망21’ ‘박사랑’ ‘근혜사랑’ 등 그 수가 20여 개에 이르고 회원 수도 합치면 6만 명에 달한다. 박사모의 규모가 커지자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팬클럽들은 지난해 박사모를 제외하고 ‘애국애족실천연대’(애실련)를 결성해 박사모와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들 팬클럽과의 교감을 쌓는 데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4월 박 전 대표는 애실련이 주최한 ‘박근혜 미니홈피 1주년 기념 한마음 걷기대회’에 참여해 팬클럽 회원들과 산행을 하기도 했다.
이명박 서울시장(MB)의 경우 박 전 대표에 비하면 팬클럽의 활동이 ‘저조한’ 편이다. 단체장으로서 여러 제약이 뒤따른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에겐 모두 7개 정도의 팬클럽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명박사랑’ ‘MB와우리’ ‘애플명사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가장 먼저 결성된 ‘명박사랑’은 회원 수 5000명 정도로 40~50대의 보수성향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 결성된 ‘MB와우리’도 회원 수 5000명 정도로 오프라인 모임은 그리 활발하지 않으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회원들 간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결성된 ‘애플명사랑’은 회원 수 2000명 정도로 자원봉사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시장의 팬클럽들 역시 한때 ‘공식팬클럽’이란 명칭을 두고 시비가 붙기도 했다. 당시 이 시장 측은 “팬클럽에 공식이 어디 있느냐. 갈등이 있는 것은 팬클럽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이면 ‘무관’으로 돌아가는 이 시장은 본격적인 대선전을 앞두고 자신의 팬클럽들을 일종의 ‘인터넷 진지’로 활용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 팬클럽이 ‘(고사모)우민회’로 통합되어 있다. 우민회 측이 주장하는 회원 수는 10만 명. ‘우민’은 다름 아닌 고 전 총리의 호다. 지난해 2월 우민회 결성 당시 ‘10만 회원을 목표로 지역별, 연령별 모임을 구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는 “고 전 총리가 드디어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해 우민회는 발대식을 앞두고 정치적 해석을 우려하는 고 전 총리의 편지를 공개하는 등 비정치적 모임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에서는 우민회 전북지부장이 민주당 정균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우민회 측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민회와 무관한 일이고 고건 전 총리의 의사가 반영된 것도 아니다. 우민회 전북지부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우민회는 이렇듯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둬왔으나 고 전 총리가 최근 들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우민회는 지난 5월 지도부가 자진 사퇴한 뒤 후임 지도부 선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 모임의 뼈대와 구조를 바꾸는 ‘대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승철 우민회 전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우민회는 순수한 지지모임이었으나 우민회의 발전과 고 전 총리의 대선 승리를 위해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다. 이제까지는 아마추어의 모임이었으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프로’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국민참여형’ 신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경우 리모델링된 우민회가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위원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향후 신당 창당 작업에 우민회도 참여할 것이며 신당이 완성되면 우민회 일부가 흡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의 ‘빅3’ 대권주자에 비하면 나머지 대권주자들의 팬클럽 활동은 저조한 편이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경우 ‘김근태친구들’(김친)이 있다. ‘김친’은 2004년 11월 결성돼 현재 회원 수 1500명에 이른다. 지역별로 ‘조용하지만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김친’은 김 의장이 전국을 돌며 유세할 때 지역별로 연락을 취해 유세현장을 따라다니며 힘을 보탰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이나 한나라당의 손학규 경기지사는 독립된 팬클럽 사이트는 아직 없고 다음카페에 몇몇 팬클럽이 운영되는 정도다.
손 지사 역시 이명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현역 단체장이라는 제약 때문에 그간 ‘팬클럽’과의 교감이 어려웠다는 후문. 포털사이트 다음에 ‘Power 손’ ‘Son of Korea’ 등의 팬카페가 있으며 회원 수는 각각 1300명과 700명 정도.
정 전 의장도 다음카페에 ‘정동영과 함께’ ‘정동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회원 수는 각각 3300명과 1300명 수준. 이들 팬카페도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정 전 의장을 따라다니며 지지를 보냈지만 김근태 의장의 팬클럽에 비하면 오히려 조용한 편이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