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꼭지에 불 붙이고 변기물에 라면 먹고…심하다 심해!
한 페이스북 스타는 좋아요 20만개가 되면 선인장을 먹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 신 씨는 원하는 ‘좋아요’ 수에 도달하면 며칠 내로 공약을 이행한 동영상을 게시한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게시물에는 “(다음 편이) 기대된다” “그만해라” 등 다양한 반응의 댓글이 달린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대부분 ‘좋아요’를 얻기 위해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낸다. 신 씨의 공약은 대체적으로 신체에 가학을 가하는 형태이기 때문.
신 씨처럼 공약을 내걸고 SNS 활동을 하는 이들이 수백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는 “개인 만족이 크다”며 “돈보단 나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동영상보다 더 자극적인 동영상을 올리면 팔로어가 더 오르고 ‘좋아요’도 많이 받게 된다”며 “댓글의 반응은 걱정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사실 사람 심리가 자극적인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양가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신 씨 외에도 변기에 라면을 말아먹거나 개 배설물을 먹는 등의 기행을 하는 페북 스타들도 있다. 지난 2월에는 ‘악어’를 키우는 과정을 SNS에 올려 스타덤에 오른 김 아무개 씨가 광주에 사는 청소년을 폭행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소위 말하는 현피와 추격전이 실제로 벌어져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단적인 사례다. (본지 1243호 ‘쌍욕한 후 “잡으러 와”…어른들은 모르는 ’현피‘와 ’추격전‘의 세계’ 기사 참조)
변기에 라면을 부어먹는 동영상을 올린 페이스북 페이지.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작권’에 있다.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도용하고 있는 것. 엄연한 개인의 창작물을 레퍼런스를 달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게시하는 행위는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공짜 영화’라며 실제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 동영상을 게시하기도 한다. 이 모두 엄연한 ‘불법’이다.
미술을 전공한 프리랜서 김 아무개 씨는 “평소 해외에서 먼저 만들어진 콘텐츠나 자극적인 소재로 ‘좋아요’나 ‘팔로우’를 요구하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페이스북 구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왔다”며 ‘따봉충’이 페북 스타만을 일컫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공신력 있는 페이지조차 게시물에 대한 출처와 콘텐츠 수위에 대한 필터링 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순간적인 재미 때문에 본질적인 것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세태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불감증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는 현재 한 유명 SNS 페이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 씨는 “‘Bright Side’라는 페이지에서 ‘Igor Kalashnikov‘가 만든 영상을 보게 됐다. 우리나라 페이지 ’K‘에서 똑같은 포맷의 작화가 달라지고 원작자의 워터마크가 빠진 영상을 보게 됐다. 처음에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동영상 원작자랑 연락했다. 원작자 대리인에 의하면 본인들은 공익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영상에서 카피가 만들어지든 그 카피 영상에서 이익이 발생하든 상관하질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다만 저작권을 양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원작자에 대한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타인의 창작물을 원작자 표시 없이 그냥 가져다 쓴 페이스북 페이지.
김 씨는 수십 만의 구독자가 있는 페이지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방식을 문제 삼았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저작권 인식을 공론화 하고 싶다”면서도 “혼자 하긴 버거운 싸움”이라고 말했다. 기자 또한 해당 페이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역시 답을 들을 순 없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장 먼저 ‘네티켓’이 부족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임 교수는 “사회가 급속히 개인화되면서 SNS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맺고 대리 만족 욕구가 커진 것”이라며 “‘좋아요’ 개수는 곧 관심도를 뜻하기에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정제되지 않은 언어, 행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직접적 소통은 줄어드는 사회 현상의 반증”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좋아요’에 집착 이유 ’돈 때문에‘ ‘좋아요’에 집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팔로어 수’ 때문이다. 일단 팔로어 수가 많아지면 SNS에서 ‘스타’가 될 수 있다. 또한 해당 SNS 계정에 팔로어 수가 많아 파급력이 높아질수록 광고가 많이 붙는다. 한 ‘페북 스타’는 “페북 스타가 직접 광고를 하거나 페북 스타의 계정을 회사에 파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광고 회사에서 팔로어 수 당 몸값을 측정하고 그에 따른 수익 분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략 팔로어 한 명 당 100원 정도로 계산해 계정을 팔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북 스타들의 팔로어 수가 평균 5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