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구멍’ 스피드로 뚫어라
▲ 스위스의 오른쪽 윙백 데겐(오른쪽)의 수비가 불안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스위스-프랑스전 모습. AP/연합뉴스 | ||
마지막 경기의 역사를 살펴보자.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전 대회 우승국이었던 이탈리아에 2-3으로 아깝게 패했으며,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2패 뒤 만난 우루과이에 종료 직전 한 골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90분 동안 혈투를 벌였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90년 대회 우승국인 독일에 0-3으로 뒤지다 후반 2-3까지 쫓아가는 저력을 보였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멕시코와 네덜란드에 연패, 감독이 도중하차하는 비운을 겪었으나 예선 마지막 경기인 유럽 강호 벨기에 전에서 후반 투혼을 발휘하며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거함 포르투갈을 침몰시켰다.
이제 제물은 스위스다. 세계 최강이라는 프랑스가 월드컵 지역 예선과 본선에서 세 번 만나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이다. 오히려 프랑스가 밀렸다. 강팀이다. 파워, 조직력만 따진다면 32개국 최고 수준이다. 이웃나라 독일이 사실상 홈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무섭다.
하지만 언제나 틈은 있다.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스위스 선수들은 프랑스보다는 플레이면에서 투박하고 정교함이 떨어진다. 당연히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분, 팀 전체 전술로 이어지는 선수 개인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반복해서 패턴화시킨 특징이 보인다.
물샐틈없는 조직력을 자랑하지만 미리 분석을 하고 맞대응하면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 이미 대표팀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 등을 통해 스위스팀이 전체적으로 어떠한 스타일인지 예방 주사를 맞았다. 이제 현미경을 들이대고 개별 선수들 플레이에 대한 족집게 과외를 받을 필요가 있다. 조직력을 주무기로 하는 팀이기 때문에 선수 한 명에 균열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게 스위스다. 예선 두 경기에서 나타난 스위스 주요 선수들의 특징적인 움직임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우선 스위스 강점은 역시 촘촘한, 안정감 있는 수비력이다.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간격이 상당히 좁고 공격 라인부터 상대 선수를 강하게 프레스한다.
비키-카바나스-포겔-바르네타로 이어지는 미드필드 라인, 마냉-센데로스-뮐러-데겐으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은 볼과 상대 선수를 따라 종횡으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미드필더들은 마크맨을 바꾸는 스위치 플레이에도 상당히 능하다. 상대 진영에서 볼 트래핑이 어설프거나 드리블이 길 경우 여지없이 차단당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그리고 선수 개개인 별로 일정하면서도 촘촘한 간격을 유지한다는 것을 역이용해야 한다. 중앙 쪽에서 세밀한 패스로 상대를 집중시킨 뒤 측면 사이드라인 쪽까지 움직임을 넓힌 윙 포워드나 윙백들을 활용하는 공격 방법이 요구된다.
특히 스위스 오른쪽 윙백인 데겐을 상당히 괴롭혀줄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토고 전에서도 상대 윙 포워드들의 돌파를 자주 허용하는 문제점을 자주 노출했다. 신장은 크지만 ‘잔발’이라 순간 가속도가 떨어지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스피드 있는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용했을 경우 흐름을 끊기 위해 무리한 반칙을 자주 범했다. 스위스 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설기현은 이영표, 박지성 등과 상대 왼쪽 문전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데겐의 단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필요가 있다.
수비와 스피드의 문제가 있는 데겐이기 때문에 스위스 미드필더들도 속공 시 데겐의 오버래핑을 절대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스위스 미드필더들이 오른쪽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 역습 상황을 맞이할 경우, 90% 데겐에게 연결하지 않고 곧바로 최전방 공격수인 프라이 쪽을 향해 공격을 전개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패턴이다.
왼쪽 윙백 마냉의 공격 가담은 매우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데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 침투가 많다.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상당히 날카롭다. 특히 왼쪽 측면에서 마냉의 크로스는 수비 1~2명을 달고 골포스트 가까운 쪽으로 향하는 프라이가 아니라 배후에서 침투하는 슈트렐러나 다른 미드필더를 겨냥한다는 점은 우리 수비수들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우리 진영 왼쪽 측면에서 반칙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마냉이 왼발로 강하게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 사이로 때려 넣고 3~4명이 장신 공격수들이 돌진, 방향만 바꾸는 헤딩슛을 노리는데 상당히 위협적이다. 프랑스와 토고 전에서도 이처럼 날카로운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특히 프리킥 찬스시 마냉이 손가락 두 개를 올려 보일 때는 공격수 두 명이 수비수를 돌아 먼 골포스트 쪽으로 움직이고 대신 공격에 가담한 센데로스의 머리를 향해 볼이 날아간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비키 등이 오른발로 감아서 크로스를 올리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센데로스가 손짓을 할 경우에는 센데로스와 프라이가 동시에 골키퍼 쪽으로 쇄도하며 골을 노리는 패턴이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드필드에서는 상대편이 중원에서 압박할 경우, 수비 쪽에서 볼을 돌리다가 마지막으로 포겔이 빠른 측면 패스를 연결한다는 점도 미리 차단해야 할 패턴이다. 압박이 뚫리면서 측면으로 공간 패스가 연결될 경우, 우리 수비 라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순간적으로 깨질 수 있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활약하며 볼 소유 빈도가 높은 비키의 플레이도 수비시 압박을 가하는 우리 미드필더들이 미리 분석해야 할 부분. 90% 이상 오른발을 사용하는 게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이다.
패스를 받을 경우 무조건 오른발을 사용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볼을 접어놓고 컨트롤한다. 중앙으로 연결하는 패스 혹은 대각선 크로스 패스가 나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당연히 왼쪽 측면으로 나가는 패스는 중앙을 거쳐 나간다는 답이 나온다.
왼쪽 터치라인 쪽으로 드리블을 유인하면서 뒤쪽에서 다른 미드필더가 압박을 할 경우 원천 봉쇄가 가능하다.
최전방 프라이는 문전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패스를 받을 경우 왼발잡이인 중앙 미드필더 카바나스의 왼발에 패스를 맞춰주려는 습관이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할 점. 프라이와 투톱으로 나서는 슈트렐러는 무조건 왼발로 드리블하는 습관이 있다는 점도 체크 포인트다.
후반에 슈트렐러와 교체 투입되는 기각스는 항상 좌우로 몸을 흔든 뒤 측면 쪽으로 빠져 나가는 동작에서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가 들어오고 패스를 받으면 진행 방향으로 드리블하는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을 우리 수비수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