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들이 고집했던 일들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예로 어렸을 때 운동하다가 집에 돌아와선 딱 30분만 오락실에 갔다 오겠다고 했을 때 아내 몰래 돈 50원을 쥐어 준 적이 있었다. 승엽이에겐 오락실에서의 30분이 스트레스 해소하는데 최고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오락실이든 극장이든 아들이 선택한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존중해줬고 타협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 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얼굴 보고 대화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승엽이도 무뚝뚝한 스타일이라 시시콜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때론 눈빛으로, 때론 표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게 모정이고 부정인 모양이다. 아들을 믿고 아버지를 따르는 묵시적인 관계가 형성돼야만 큰 잡음 없이 한길을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