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 피하려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물론 연예인이 하면 안 되는 것 가운데에는 음주운전보다 더 타격이 큰 것들이 많다. 마약이나 도박, 성매매, 불륜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까닭은 누구나 한 번은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이나 도박, 성매매 등과 달리 음주운전은 술을 마실 줄 알고 운전을 할 줄 아는 이에게는 누구나 해당되는 위험요소다. 물론 대부분은 그 유혹을 이겨내지만 순간의 실수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되곤 한다. 연예인들이 음주운전에 휘말리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배려심 깊고 주변 잘 챙기는 연예인이 더 음주운전에 위험한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선 소속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곤란해지느니 늦은 밤이라도 매니저가 함께 움직이는 게 더 좋다. 그런데 늦은 시간 개인적인 술자리까지 매니저를 대기시키는 게 미안해서 혼자 움직이다 부득이하게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 입장에선 대리기사를 부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연예인들은 술을 마신 뒤 귀가 방법을 대개 미리 생각을 해 놓고 움직인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생겨 대리기사를 부르기 애매할 때 직접 운전을 하다 그런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의 상당수는 이동거리가 매우 짧다. 1~2km 정도를 이동하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는 경우도 꽤 많다. 대부분 가까운 거리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만큼 그 구간에는 음주단속이 없음을 미리 파악하고 운전대를 잡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사고가 나거나 신호 위반을 해서 음주 사실까지 적발되곤 한다. 앞서의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연예인들은 술 약속을 집 주변으로 잡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청담동이나 신사동 등에서 술 약속을 갖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거기서 가까운 강남 일대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이다. 그래서 술자리와 집이 1~3km 이내인 경우가 많다. 사실 술을 마셨으면 업소에 차를 맡겨 두고 택시 등을 이용해 귀가하면 된다. 다음날 아침 매니저가 차를 찾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져서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주위에서 말려도 ‘집이 바로 앞이다’ ‘매일 다니는 길이라 걱정 안 해도 된다’ ‘여기서 우리 집 사이에는 음주운전 단속을 하지 않는다’ 등의 얘길하며 고집을 부린다. 그러다 아찔한 사고에 휘말리거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당하는 것이다.”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음주운전에 휘말린 연예인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화제가 되는 부분이 동승자다. 동승자가 누구인지를 드러내기 싫어 매니저나 대리기사 대신 직접 운전대를 잡는 연예인이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별 문제될 게 없지만 술을 마신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이사의 얘기다.
“특히 열애 중인 연예인이 데이트를 할 때 그렇다. 그런 경우 동승자는 연인이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며 술을 한잔 했을 때 직접 운전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꺼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연예기획사에선 매니저를 동행하라고 권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대리기사를 부르라고 권한다. 대리기사가 열애 중인 모습을 목격했을지라도 소문이 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 택시 이용은 조금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블랙박스 등에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이 기록되는 것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대리기사나 택시기사 분들이 연예인의 열애 모습을 봐도 이를 외부에 얘기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모든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위험한 음주운전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