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으면 최소 17곳 판세 뒤집는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2명 이상의 야당 후보가 있는 곳은 43곳이다. 이 중 3명 이상의 야당 후보가 난립한 곳도 12곳에 달한다. 야권의 표가 상당수 분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야권연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서울이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는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 후보 등록 마감일(3월 25일)부터 4월 1일 현재까지 단일화 논의가 진행된 곳은 동대문갑, 은평을, 서대문을, 강서병, 구로갑, 영등포갑, 동작을 7곳에 불과하다. 이중 동대문갑, 은평을은 단일화에 대한 의견 차이로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로 지역에서 20대 총선 출정식을 가졌다. 사진출처 = 더불어민주당
일부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 후보의 ‘단일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종로, 양천을, 강서을, 강동을, 관악을 등이다. 특히 정치 1번지 종로의 경우 3명의 야당 후보가 난립하면서 현역인 더민주 정세균 후보의 입지가 아슬아슬하게 됐다. 지난 26일~29일 SBS가 TNS에 의뢰한 여론조사(1)에서 정 후보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에게 10%p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에는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나 연대가 시급해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종로를 포함 국민의당 후보들은 단일화에 시큰둥하다. 당에서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을 뿐더러 ‘야권 2중대’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피하고 싶은 까닭이다. 실제로 양천을, 강서을, 강동을 국민의당 후보들은 야권연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지역 최초로 단일화에 성공한 곳도 있다. 강서병에 후보로 나선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는 3월 31일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무조건적인 단일화’에 합의했다. 김 후보는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별도로 상의하지 않았다. 사실상 ‘항명’을 저지른 셈이지만 김 후보는 “제명은 감수하겠다”며 맞섰다. 이에 야권은 강서병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서병에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국민의당 지도부의 방침과는 관계없이 여러 곳에서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무엇보다 더민주는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무난히 낙승이 예상됐던 지역구에서 빨간불이 켜지거나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3선의 터줏대감 더민주 진영 후보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6일 실시한 조사결과(3)에 따르면 진영 후보는 34.7%의 지지율로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30.9%)에 3.8%p 앞서며 오차범위인 ±4.3%p 내의 접전 양상을 보였다. 용산은 야권 후보가 4명이 난립한 대표적인 야권 분열 지역구다. 하지만 야권연대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야당 내 여성 최다선(5선)에 도전하는 더민주 추미애 후보도 마찬가지다. <시민일보>에서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3일 보도한 광진을 여론조사(4)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는 35.0%, 추미애 더민주 후보는 32.7%, 황인철 국민의당 후보는 10.8%의 지지도를 각각 기록했다. 야권연대를 한다면 무난히 역전 가능성이 있는 셈이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이처럼 야권연대를 할 경우 야권 지지율이 ‘역전’하는 경우는 상당한 것으로 포착됐다. <일요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대표적인 지역은 성북을, 강서갑, 영등포갑, 영등포을, 강동을 등으로 나타났다. 최소 ‘5개 지역구’의 판세가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이 중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은 영등포갑이며 영등포을에서는 더민주 신경민 후보가 국민의당 김종구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아직 미지수인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3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총선승리를 위한 국민의당 수도권 후보 출정식에서 후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전체 선거구의 4분의 1(23.7%)을 차지하는 경기 지역도 야권 단일화의 최대 관심 지역이다. 전체 60개 선거구 중 2명 이상의 야당 후보가 있는 곳은 41곳이다. 이 중 야권 3당 모두 후보를 낸 ‘1여 3야’ 지역도 10개 선거구에 달한다. 1일 현재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은 의왕과천, 고양갑, 수원정, 안산단원을, 평택갑 등 총 5곳이다. 하지만 논의가 모두 더디거나 무산되는 양상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지역구인 고양갑은 야권연대의 대표적인 전략지로 꼽혔다. 3월 31일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고양갑을 시작으로 단일화 물꼬를 트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민주 박준 후보가 단일화에 반대하고 나서 스텝이 꼬였다. 더욱이 심상정 후보 역시 “더민주로부터 어떠한 연대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서만 얘기하고 있다”며 빗장을 걸어 단일화에 대한 시동이 꺼진 상태다. 이와 더불어 수원정에서도 정의당 박원석 후보와 더민주 박광온 후보가 “서로 양보하라”며 맞서 논의가 중단됐다.
반면 평택을과 안산단원을은 단일화 가능성이 상당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산단원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부좌현 후보가 더민주 손창완 후보에게 야권단일화를 촉구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한발 더 나아가는 양상이다. 손 후보는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문제”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평택을 더민주 김선기 후보와 국민의당 이계안 후보도 원칙적으로는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해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미 단일화가 완성된 지역구도 있다. 지난 3월 24일 수원병에서는 국민의당 김창호 후보가 더민주 김영진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단일화에 합의했다. 경기에서는 최초다. 안양동안을 역시 국민의당 공천을 받은 박광진 후보가 후보 등록을 포기하고 더민주 이정국 후보 지지를 선언해 야권연대가 성사됐다.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한 정의당 총선 출정식. 사진출처=정의당
하지만 경기 지역 역시 전반적으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기싸움이 상당하다. 수원을, 부천소사, 광명갑, 안산상록구갑, 안산단원구갑, 남양주을, 남양주병, 군포갑 등 8개 지역구는 더민주 후보들이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국민의당 후보들이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야권연대는 어려울 조짐이다. 국민의당의 ‘단일화 불가’ 당론뿐만 아니라 더민주의 일방적인 후보 양보 요구가 단일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셈이다. 군포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정기남 후보는 더민주의 야권연대 제안에 대해 “일방적 후보단일화 요구는 패권야당의 갑질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 지역은 야권연대가 이뤄졌을 경우 상당수 지역구의 판세가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일요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대표적인 지역은 수원갑, 수원을, 성남중원, 광명을, 안산상록을, 안산단원갑, 의왕과천, 구리, 남양주을, 오산, 시흥갑, 화성병 등 12곳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초박빙 지역이거나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산이 여당 후보를 뛰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야권 단일화에 가장 근접한 지역은 인천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정의당은 이미 지난 23일, 인천 13개 지역구에 대한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인천 지역에서 여론조사 방식에 따른 더민주-정의당 양당의 단일화는 완료된 상황이다. 13개 지역구 중 인천 남구을(김성진 후보)와 중구·동구·강화·옹진(조택상 후보) 2곳은 정의당 후보의 몫이 됐고, 나머지 11곳은 더민주 후보가 선출됐다.
변수는 국민의당 후보들이다. 국민의당은 13개 지역구 중 인천 남동을을 제외한 12곳에 후보를 냈다. 일단 문병호 국민의당 인천시당 선대위원장은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선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중 인천 연수을의 한광원 국민의당 후보는 윤종기 더민주 후보에 단일화를 적극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며 물밑 논의 중이다. 다만 조사방식에 있어서 양측의 차이가 감지되고 있어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선거가 임박할 때까지 야권연대 논의 자체가 상당히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더민주가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야권 전체를 위한다는 입장이 있어야 야권연대에 대한 협상 테이블이 돌아갈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김종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선거 막판까지 고착화된 상황이 예상되며 이대로 가다간 야권이 100석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1) 이 여론조사는 SBS가 TNS에 의뢰해 26일~29일까지 4일간 서울 종로 선거구 만 19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을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2) 이 여론조사는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지역·성·연령별로 할당 추출해 3월 20~26일 지역구별로 만 19세 이상 6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임의번호 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포인트다. (3) 이 여론조사는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해 2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용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이상 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3%포인트, 응답률은 9%다. (4) 이 여론조사는 <시민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1일과 22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77%) 및 스마트폰앱(23%)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5%,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4.3%p다. 2016년 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피조사자 선정 방법은 성, 연령, 지역 할당 후 무작위(RDD)로 했다.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