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광주시당 선대위서 반발…文은 호남行 의지 굽히지 않아
[호남=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당내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호남 현지와 당 지도부에선 호남 여론을 지적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 출신인 문 전 대표는 그간 당의 취약지역인 영남·강원·충청권 등을 잇달아 찾은데 이어 최근에는 수도권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호남행(行) 열차에는 한 번도 몸을 실지 않았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 보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호남 방문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텃밭인 호남을 찾지 못하는 것은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서는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찾아 가자니 이 또한 쉽지 않다. 호남에서의 반(反) 문재인 정서 때문이다.
이는 악화된 호남 현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더민주 후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같은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여실히 보여준다.
심지어 광주 북갑에 출마한 더민주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더민주 광주시당 선거대책위 소속 지방의회 의원 30여명은 4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지역 국회의원 후보 8명 중 문 전 대표의 지원을 요청한 후보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요청이 없는데도 굳이 광주에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더민주 선대위도 더민주는 여러 채널을 이용해 문 전 대표에게 호남 방문을 재고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최근 김종인 대표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김 대표는 이날 경기 용인 지원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가 광주에 가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가고 말고의 문제는 호남 후보들에게 달린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가려면 김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야당 관계자는 “표현은 에둘러 했지만 사실상 호남 지원 유세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호남 방문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4일 경기도 광주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호남 지원 유세 일정을 의논하고 있다”며 호남행(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문 전 대표 측은 “광주를 포함한 호남 지역에서 지원 유세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득표에 생사가 걸린 후보들이 문 전 대표가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 와 달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김 대표가 호남 방문을 반대하면 안 갈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선거에는 우리 당에 소속된 모든 분의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고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도 문 전 대표와 궤를 같이 했다.
김 위원장은 5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과 관련, “과거에 실망시켜 드린 데 대한 진솔한 반성을 하고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면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문 대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종인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도움이 안 된다는) 그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정치사회조사본부장은 “호남에서 논란거리를 만들수록 비례 정당 투표나 다른 수도권 지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호남 방문은 대권 주자로서 개인적인 의욕이나 판단일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총선에서 의미있는 결과와 이후 더민주의 혁신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을 찾게 될 것인지, 그리고 지역 여론이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 야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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