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구멍으로 번 돈 대포동에 밀어넣기
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대포동 2호’를 비롯한 스커드·노동 등 미사일 7기의 제작비만도 무려 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개된 북한의 지난해 예산은 북한 돈으로 3885억 원(약 25억 9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600억 원(약 6370만 달러)은 북한 1년 예산의 2.5%에 해당한다. 더구나 북한의 무역 등을 통한 공식적인 외화 유출과 유입의 차이는 1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천문학적인 군비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을까.
<일요신문>이 최근 입수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와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논문은 “북한이 각종 범죄 산업을 통해 조달한 외화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비 등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권에서는 남북 경협자금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5억 달러 등 대북 지원자금 일부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CRS가 지난해 3월 발간한 <마약 밀매와 북한(Drug Trafficking and North Korea: Issue for Policy)> 보고서에는 북한의 불법거래 규모와 핵ㆍ미사일 개발 및 기타 군사비 조달 방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 메탐페타민(속칭: 필로폰)과 헤로인 거래로 연간 2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이밖에 화폐 위조 등 각종 ‘범죄’를 통해 5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서는 1976년 이후 2005년까지 북한이 20개국 이상에서 50건 이상의 마약 밀매 등의 사건에 관련됐음이 확인됐다고 전하고 이 사건들 중에는 북한 외교관 등 관리들의 관여가 확인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수출용 최고 품질의 필로폰 연간 최대 생산량이 10~15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부 군사자료는 북한의 연간 마약 수출량이 최근 수년 사이에 1억 달러에서 5억 달러로 증가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북한은 마약 단속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ㆍ중국ㆍ일본ㆍ한국 등의 범죄조직들과 공모하고 있으며 마약 밀매가 일반적으로 50 대 50으로 수익이 배분되는 점을 고려하면 마약거래 수입을 98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근 마약밀수 활동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헤로인·필로폰 생산과 밀매를 비롯해 가짜담배, 가짜 의약품(예: 미국산 비아그라), 위조 화폐(예: 슈퍼달러), 소형무기의 무차별 판매 등이 북한 외화수입의 주된 출처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위)와 노틸러스 연구소 논문. | ||
보고서는 북한의 외화 유입과 유출의 차이는 2003년 기준으로 약 10억 달러에 달하고 있어 악화되는 경제를 지원하고 군비확장 및 유지에 필요한 자금은 물론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범죄 산업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외화 획득을 위해 ‘39호청’을 만들었으며 여기서 획득한 외화는 △당 간부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비용 △해외 공작 및 외교 활동 자금 △무기 개발 등을 위한 기술 및 전자 장비 구입 △대량 살상 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 부서에서 획득한 외화 가운데 5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북한 정권에 의해 용처가 불분명한 곳에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 개발 비용은 98년 이후 연간 2억 달러를 초과하고 있으며 99년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미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북한이 양귀비 등의 재배를 위해 소규모일지라도 식량 생산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과 범죄산업을 통해 번 외화가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유지 확산에 사용되고 있지 않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발표된 노틸러스 연구소 논문 <범죄국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가능성(The North Korea Criminal State, its Ties to Organized Crime, and the Possibility of WMD Proliferation)>에도 북한의 범죄행위가 자세히 적시돼 있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70년대 말부터 외부에서 차관을 도입하지 못해 국제기관 등을 통해 빌린 120억 달러의 외화도 상환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최근 북한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처해 있으며 북한 엘리트들의 생활이 윤택해 진 것은 이러한 범죄 산업의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 박재완 의원 | ||
또 북한은 위조화폐, 특히 미국 달러의 생산과 유통뿐만 아니라 가짜 담배와 의약품 판매 생산에도 관여하고 있다며 특히 다른 나라 화폐의 위조는 국제법상 전쟁 사유에 해당하며 경제전쟁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대량의 위조담배 생산에 관여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담배 밀수출은 북한의 컨테이너 수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나진과 남포를 기점으로 중국과 한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북한은 ‘필립 모리스’ ‘로릴라드’ ‘저팬토바코’를 비롯한 세계 유명담배들을 위조하여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논문은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담배위조와 밀수를 하는 이유는 원가 대비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길이 40피트 컨테이너 1대 분량의 위조담배 제조원가는 7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밀수출로 원가의 43~57배나 되는 300만~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CRS 보고서와 미국 유력 논문 등에서 북한이 각종 범죄산업을 통해 조달된 재원을 핵ㆍ미사일 개발비 등으로 투입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RS 보고서 등을 세밀하게 연구ㆍ분석한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이 위조지폐는 물론 가짜 의약품, 가짜 담배, 양귀비 재배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대외수입의 35~40%에 이른다”며 “특히 1999년부터 우리가 북한에 보낸 비료 일부가 양귀비 재배용 등으로 전용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최근 국내에는 출처불명의 가짜 담배와 발기부전제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북한 범죄산업의 전통적인 주 수입원은 필로폰과 헤로인으로 대표되는 마약산업이었으나 최근 일본ㆍ호주 등 각국의 북한산 마약류 단속이 심해져 마약은 더 이상 북한의 효자산업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북한은 단속이 심해진 마약 대신에 마약보다 환금성이 뛰어나면서도 덜 위험한 가짜담배의 생산ㆍ유통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범죄행위를 통한 북한의 외화조달 방법과 사용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 의회의 공공 정책을 조사하는 기구로 CRS가 낸 보고서는 미 국내 문제는 물론 국제 문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 일간 <요미우리>가 얼마전 보도한 ‘북한 대포동X 개발계획’도 CRS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요미우리>는 지난달 26일 CRS 보고서 등을 인용해 “북한은 미 국토 전체를 사정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미 정보당국은 이를 ‘대포동X’라고 부르면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