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 탓이지만 이렇게 꼬인답니까?
유명 프로농구 선수가 있다. 그런데 어느날 자신의 팬클럽 회장 A 양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다. 사건이 접수된 지 7개월여 동안 진실 공방이 벌어지다 재판에서 그 농구 선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무혐의 처분에 반발한 지역 여성 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재판 결과의 부당함을 알렸고 A 양은 이번엔 “검찰 조사와 현장 검증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담당 검사가 현장 검증시 성행위 장면을 재연토록 지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검사는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A 양이 그 유명 프로농구 선수가 자신에게 부탁해서 농구 경기의 토토를 대리 구매토록 했다고 검찰에 제보했다. 그 선수는 A 양에게 경기 예상 스코어를 자필로 써서 건네주며 우선 A 양 돈으로 토토를 구매하도록 지시했고 이후 빌린 돈을 A 양의 통장으로 보냈다는 혐의를 받았다. 수원지방법원에선 이 선수에 대해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했고 프로농구연맹에선 36경기 출전 정지를 내렸다.
바로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주전 포워드 양경민 스토리다. 각기 다른 사건들이었지만 양경민과 전 팬클럽 회장과의 얽히고설킨 ‘악연’이 성폭행 공방에서 농구토토 구매 의혹과 시인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반 팬도 아닌 이전 팬클럽 회장과의 만남이 최대의 불명예와 선수 생활 위기는 물론이고 가정적으로도 힘든 시련을 겪게 한 사건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임창용도 ‘희한한’ 아픔이 있었다. 3년 전 당시 아내 이 아무개 씨와의 이혼소송 중에 난데 없이 간통 피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임창용은 아내와 위자료 문제 때문에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서울에서 문 아무개 씨를 만나게 된다. 임창용은 문 씨를 좋아했고 깊은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더 이상 문 씨와의 만남을 지속하길 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자 문 씨는 그만 임창용의 아내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과 임창용이 깊은 관계였음을 고백했고 이 씨는 임창용을 간통으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당시 문 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람한테 상처를 주면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내 이 씨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힌 바 있다. 자신은 임창용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임창용은 자신을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여자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임창용은 이 씨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건네고 이혼소송을 마무리 지었지만 돈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 실추를 감수해야 했다.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도 사생활과 관련해선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가 둘 있는 상황에서 아내와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 때문이다. 팬으로 만나 사귄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됐고 도저히 헤어질 수 없게 되자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김동주는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이혼을 감수하면서까지 살고 싶은 여자를 만났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혼 조건으로 위자료와 두 아이의 양육비 명목으로 연봉의 50%를 지급하는 데 합의를 하고 이혼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50%를 뗀 연봉에 조금씩 불만이 생긴 김동주는 2년 전 은퇴를 하겠다며 돌연 잠적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혼 당시에는 빨리 이혼하려는 마음에 아내가 제시한 조건을 찬찬히 생각하지 못하고 도장을 찍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올시다’였다는 것이다. 구단의 만류와 주위 선후배들의 조언 속에 어렵게 야구장으로 돌아온 김동주는 최근 변호사를 선임해 전처에게 50%의 연봉을 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내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김동주 입장에선 FA 때 벌어들일 수입의 50%마저 전처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전처 천 아무개 씨는 합의 대신 법적인 잣대를 통해 50%의 정당성을 재확인받겠다는 상황이다.
한편 축구 스타 B는 나이트클럽 부킹에서 만난 여자와 2차까지 갔다가 상대방이 갑자기 성폭행 운운하며 고소하겠다고 덤비는 바람에 돈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고,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난 여자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두드려 팼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래서인지 한때 B의 매니저를 맡았던 C 씨는 B의 ‘밤 문화’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선수들도 있고 선수들만 쫓아다니는 여자들도 있다. 모든 건 ‘부딪쳤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이다. 자고로 사생활이 평탄해야 ‘본업’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다. 부상이나 별다른 이유 없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몇몇 선수들은 이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