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내가 공공의 적이여 뭐여~”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내가 만만해 보여?
현대 김시진 감독은 최근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초보 감독이라고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니냐”며 큰 목소리를 내야 했다. 최근 LG가 사실상 방출을 결정했던 마해영에다 권용관을 묶어 현대쪽에 3루수 정성훈과 트레이드를 하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현대에 오른손 거포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5번 타자인 정성훈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김 감독은 “누가 생각해낸 트레이드인가. 초보라고 쉽게 보고 흔들려는 전략 아니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금 공교롭게 된 셈이다. LG 신임 감독은 김시진 감독이 불과 지난 10월까지 현대에서 모셨던 김재박 감독이 아닌가. 물론 김재박 감독이 직접 이 같은 트레이드를 제안했는지 아니면 LG 프런트의 단독 행동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며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김재박 감독과 김시진 전 투수코치가 지금은 감독이라는 동등한 신분에서 출발부터 미묘한 대립각을 세운 셈이 됐다.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트레이드 대상자로 거론된 정성훈이 ‘나도 트레이드될 수 있구나’라는 엉뚱한 생각에 심리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김시진 감독이 다소 오버액션을 취한 것일 수도 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현재 프로야구판에서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으며 가장 고립돼 있는 인물은 아마도 삼성 선동열 감독일 것이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를 받고 선수 자원이 풍부한 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겨울 트레이드 시장에서 삼성은 쓸 만한 내야수 1명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지만 다른 모든 팀에서 ‘삼성의 전력 강화에 도움되는 트레이드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선수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
지난 10월 김재박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찌감치 포문을 열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돈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응원하는 쪽이 별로 없더라” 등 공격적인 코멘트가 이어졌다. 삼성과 LG의 라이벌 관계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평소 마음 속에 품어왔던 생각을 여과 없이 내뱉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른 팀 감독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 현대에서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재박 LG 신임 감독과 김시진 현대 신임 감독. 아래 사진은 SK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수석코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만수와 문제 없어
SK 김성근 신임 감독과 신임 이만수 수석 코치가 내년 시즌 어떤 화음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일본식 야구를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과 메이저리그를 접하고 돌아온 이만수 코치가 잡음 없이 스타일을 섞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실제 김성근 감독이 내정된 뒤에도 이만수 코치 영입 문제를 놓고 처음에는 SK 구단과 김성근 감독이 타협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김 감독 입장에선 우선 내부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타 수석코치’인 이만수 코치를 어떻게 한집안 식구로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이만수 코치는 최근 귀국하자마자 친정팀 삼성을 향해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팬 없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삼성의 올 정규시즌 평균 관중이 눈에 띄게 떨어진 걸 지적한 얘기였다. 이는 곧 후배인 선동열 감독이 맡고 있는 삼성에 대해 내년 시즌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마치 SK는 내년부터 팬도 끌어들이고 성적도 올리는 팀이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이라고나 할까.
이만수 코치가 90년대 말 삼성을 떠날 때 구단과 감정이 좋지 않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어쨌든 이만수 코치는 선수 시절 명성에 있어서 호각을 다퉜던 ‘해태 투수’ 선동열 감독이 버티고 있는 삼성을 상대로 내년 시즌 상당히 도전적인 자세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른 팀과 달리 코치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삼성 팬들의 이만수 코치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내년부터는 SK도 응원하자”는 얘기가 나돌 정도니까.
▶얘들아 싸우지 마
한화는 올 포스트시즌 도중 김인식 감독에게 계약금 3억 5000만 원, 연봉 3억 5000만 원에 3년 계약으로 총액 14억 원짜리 ‘대박’을 선물했다. 47년생인 김인식 감독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계약이었다. 올 초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프로야구의 간달프’이자 ‘국민감독’으로서의 김인식 감독의 능력을 구단 측에서 확실하게 인정해줬다는 평가다.
워낙 ‘믿음의 야구’로 유명한 김인식 감독이다 보니 다른 구단 감독들로부터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80년대 말 해태 시절 제자였던 삼성 선동열 감독과도 자주 만나 식사를 한다. 물론 김인식 감독은 ‘김재박 야구 스타일’에는 다소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건 야구장에서의 얘기고 야구장 밖에선 특별한 적(敵)이 없다.
두산 김경문 감독, KIA 서정환 감독, 롯데 강병철 감독 등은 특별히 다른 구단을 걸고 넘어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다만 처한 입장이 다르다. 올해 처음으로 4강에서 탈락한 김경문 감독은 내년 시즌에 명예회복을 꿈꾸고 있다. 미국식의 ‘책임을 지우고 선수를 믿는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지 관심사다. 서정환 감독은 올해 팀을 4강으로 이끌었지만 갈 길이 멀다. 내년이 계약 마지막 해인 강병철 감독은 최소한 팀이 4강에 오를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