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은 월단위, 왕별은 횟수로 스폰 계약
#연예인 성매매, 과연 존재하나
사실 이제 더이상 연예인 성매매의 존재 여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이미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록 수사기관을 통해 드러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만.
최근 몇 년 새 수사기관을 통해 드러난 연예인 성매매 사건은 브로커 강 아무개 씨가 그 중심이다. 지난 2013년 검찰이 강 씨 관련 수사를 벌여 성현아 등이 연루된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를 확인했고 올해 초 경찰이 또 다시 강 씨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2013년 사건의 중심에 서 있던 성현아는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무혐의를 입증했으나 브로커 강 씨는 유죄가 확정돼 실형을 살았다. 또한 성현아를 제외한 다른 성매매 혐의 여성들은 약식기소를 받아들여 유죄가 확정됐으며 성매수자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요신문 DB
올해 초 엉뚱한 사건으로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자신의 스폰서를 지키기 위해 남자친구를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구속 기소돼 결국 집행유예를 받은 신인 걸그룹 멤버가 등장한 것. 추후 이들은 서로 지인일 뿐 스폰서와 연예인의 관계는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수사기관 역시 이들이 실제 성매매로 얽힌 관계인지까지 수사를 확대하진 않았다.
각종 대형 비리 사건에서도 연예인 성매매의 냄새가 난다. 2011년 불거진 저축은행 7200억 원대 불법 대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불법 대출을 받아 그 일부를 탕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건설사업 시행사 대표와 한 여자 연예인의 관계가 화제가 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문제의 대표는 여자 연예인에게 5000만 원 상당의 BMW 차량 1대를 선물했으며 2억 5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 전세금을 대줬다. 또한 여자 연예인 등 지인들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을 돌아다니는 해외여행 경비로 무려 18억 원을 썼다. 이처럼 대형 비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검찰 수사에서 여자 연예인에게 외제차와 명품 가방, 고가의 아파트 등을 선물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드러나고 있다.
#수사 방향은 성매매 방식, 핵심은 브로커
그럼에도 연예인 성매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충분히 스폰서와 여자 연예인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난 상황이지만 검찰은 연예인 성매매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진 않았다. 브로커 강 씨를 중심으로 한 수사를 통해서만 연예인 성매매 수사가 이뤄졌을 뿐이다.
관건은 수사를 통해 법적으로 성매매 여부를 밝힐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이 여자 연예인에게 상당한 금전을 건넸으며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밝혀졌다고 할지라도 이를 성매매로 규정할 순 없다. 성매매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매매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돼야 한다. 그렇지만 당시 연인 관계였기에 성관계를 가졌으며 금전이 오간 것 역시 연인끼리의 선물이라고 주장하면 이를 성매매라 규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성현아의 사례 역시 금전 거래와 성관계 사실이 드러났지만 성현아 입장에선 성매매가 아닌 재혼 상대를 구하는 과정이었음이 입증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
반면 브로커 강 씨가 연루된 사건은 두 번 모두 강 씨가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검찰 수사가 이어져 기소에 이르렀다. 이미 2013년 사건으로는 강 씨의 유죄가 확정됐다. 가장 큰 차이는 브로커의 유무다. 남성과 여자 연예인이 직접 금전 거래를 하지 않고 중간에 브로커가 끼어 있는 경우 ‘연인’이었다는 정황이 모호해진다. 연인이 성관계를 갖는 것은 정상적이며 선물로 금전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가능하지만 연인이 제3자인 브로커를 끼고 금전 거래를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예인 성매매에 대한 수사기관의 포커스 역시 성매매 당사자가 아닌 브로커에 맞춰져 있다. 브로커 강 씨를 중심으로 검경이 수사를 풀어 나갔듯이 브로커에 대한 수사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연예인 성매매는 수사가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애초부터 브로커 없이 성매매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혐의 입증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따라서 브로커 없이 연예인 성매매를 진행하는 게 당사자들 입장에선 가장 안전하다. 그렇지만 성매매를 원하는 여자 연예인과 부유한 남성이 직접 만나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해 일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연계해 줄 브로커가 반드시 필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대다수의 연예관계자들은 “절대 그들(브로커)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검찰이 누가 브로커인지 알고도 잡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일을 진행한다” 등의 얘길 전했다. 두 차례나 검거된 브로커 강 씨에 대해서도 “진정한 의미의 브로커는 아닌 듯” “프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영화 <노리개> 스틸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수준별 리그마다 룰도 다르다
그렇다면 연예인 성매매는 과연 어떻게 이뤄지나. 연예관계자들은 해당 연예인의 인기, 브로커의 업무 방식 등에 따라 그 형태는 각기 다르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연예인 성매매는 두 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스폰서라고 알려진 개념이 있다. 한 남성이 한 여자 연예인의 스폰서가 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며 일정 기간 동안 계약 연애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개월에 몇 억 원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개월 수로 계약을 맺거나 성관계 횟수로 계약을 맺는 방식인데 인기가 없는 신인급의 경우 개월수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 많고 인기가 있는 유명 연예인은 횟수로 계약을 맺는다.
개월수로 계약을 맺는 경우 성매수남이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해서 주거나 전세 계약을 맺어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남성이 여자 연예인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뒤 계약 기간 동안 해당 거처를 밀회 장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스폰서 개념이 생겨난 것은 90년대 후반인 것 같다. 신인급이나 인기가 한 풀 꺾인 여자 연예인이 그 대상이 됐는데 단순한 성매매 관계가 아닌 해당 여자 연예인이 연예계에서 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스폰서라는 호칭이 생긴 것이다. 돈과 힘을 가진 남성이 여자 연예인에게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인맥 등을 활용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방식이었다. 스폰서라는 개념이 처음 언급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아예 소속사 차원에서 유명한 신인 여자 연예인에게 막강한 스폰서를 잡아주는 일도 잦았다. 아니 그런 방식의 업무 처리로 여자 연예인을 많이 띄운 몇몇 연예기획사가 있었다. 스폰서들이 신인 여자 연예인을 띄워 주고 회사에 투자도 해줘 급성장했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의 후유증 때문인지 얼마 가지 않아 대부분 문을 닫았다.”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성매매다. 최근 들어 더욱 성행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된 브로커 강 씨의 방식이기도 하다. 회당 금액을 정해두고 성매매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성매매와 같지만 여성이 연예인일 뿐이다. 2000년대 후반 연예계에서 암암리에 유명했던 한 여성 성매매 브로커가 이런 방식을 널리 확산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매우 깔끔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계 마당발로 유명한 한 방송인의 얘기다.
“여성이 성매매 브로커로 나서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가 한창 브로커로 활동할 당시에는 여자 연예인과 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만남을 갖곤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현금을 건네고 룸키를 주는 방식이다. 그런 뒤 자연스럽게 여자 연예인이 해당 룸을 찾아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 성매수남을 만나는 방식이다. 검증된 성매수남을 선정해 깔끔하고 안전하게 일이 처리돼 여자 연예인들이 먼저 그 브로커를 찾아 일거리를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이처럼 연예인 성매매 관련 정황은 연예계 여기저기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루머와 실제 정황 사이에는 분명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누가 성매매를 하느냐다. 루머에선 깜짝 놀랄 유명 여자 연예인이 자주 언급되는 데 반해 현실은 다르다. 브로커 강 씨 관련 사건에서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분명 톱스타는 아니다.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유명 연예인임에는 분명하다 인기가 시들해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예관계자들이 설명하는 연예인 성매매 관련 정황에서도 톱스타급 여자 연예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신인급이나 조단역급, 그리고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활동이 시들해진 여자 연예인이 대부분이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